툭하면 '정전'…한전 부실에 커지는 전력 위기

입력 2024-03-13 18:41   수정 2024-03-21 20:18

지난해 국내 정전 발생 건수가 2000년 이후 23년 만에 최초로 연 1000건을 넘어섰다. 한국전력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최근 3년간 60% 넘게 증가한 것으로, 한국도 더 이상 ‘정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난에 전력망 투자 줄여
13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총 1046건의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 건수는 2019년과 2020년만 해도 각각 642건, 651건에 그쳤지만 2021년 738건으로 뛰더니 2022년 933건으로 크게 늘었다. 3년 만에 60.7%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정전 시간도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8.59분이던 가구당 정전 시간은 지난해 9.14분으로 길어졌다.
한전은 증가하는 정전 건수에 대해 “작업할 때 전기를 끊고 하는 등 작업자 안전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한전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송·배전망 투자를 줄이자 그 여파로 정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내구연한이 다한 설비를 계속 교체해야 하지만 한전이 이런 설비에 투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전은 정전이 급증하기 시작한 2021년 5조846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1년 전인 2020년엔 4조863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한전은 2022년에는 32조6552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4조5691억원의 손실을 냈다.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함께 늘어야 할 송·변전망과 배전망 투자는 한전이 영업적자를 낸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발전량이 2020년 55만2162GWh에서 2022년 59만4400GWh로 7.6% 증가하는 동안 전력망 투자는 6조1883억원에서 6조13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 한전은 경영난 극복을 위한 자구안을 내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잇따르자 전력망 투자 시기를 늦춰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전 측은 이에 대해 "2022년엔 일부 건설사업 공정에 따라 투자비 집행이 감소한 영향이 있었다"며 "재무여건과 관계없이 유지보수 비용은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위기에도 전력 품질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정전 늘어나면 기업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한전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전력 공급 불안으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전력망을 설치한 미국과 영국은 전력망 보수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 가구당 정전 시간이 각각 43.8분, 38.4분에 달한다. 주요 제조업체가 이들 국가에 신규 투자할 때 전력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 정도다. 산업 경쟁국인 대만도 가구당 정전 시간이 16.4분에 달한다. 반면 일본(7.0분)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일반 국민의 불편도 문제가 되지만 반도체 공정 같은 경우 (정전으로) 시설 가동이 한 번 중단되면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보게 된다”며 “산업 선진국인 한국은 더 적극적으로 전력망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최근 들어 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서 정전 사고가 잦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시설이 밀집한 울산에서 변전소 설비 이상으로 두 시간가량 정전이 발생했다. 당시는 주택 지역에서 정전이 나면서 15만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지만 산업시설 전력 공급엔 차질이 없었다. 지난해 11월엔 반도체 등 공장이 밀집한 경기 수원·용인·화성·평택 일대가 정전돼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가 멈춰 서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설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면서도 “송·배전망 투자 관리를 위해서는 재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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