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뒤치닥거리 죽을 때까지 하게 생겼다"…부모들 '한숨' [이슈+]

입력 2024-03-16 13:12   수정 2024-03-16 14:04

"저랑 남동생이 캥거루족입니다. 부모님께서 오늘 저희 둘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내 자식들도 제발 좀 최소한의 자기 인생 앞가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이렇게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껴지는 건 처음입니다."

최근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글에는 "저도 40살인데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 "저도요. 얼른 독립하고 경제가 나아져서 부모님 노후 편히 호강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캥거루족인데 이런 분들 은근히 많아요" 등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나 혼자 산다' 말고, '다 함께 살자'는 2030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부모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는 20~30대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엘리베이터 TV 운영사 포커스 미디어가 발표한 '아파트 입주민 트렌드 리포트: 캥거루족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25~39세 196명 중 68%는 '결혼 전까지는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20·30세대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이 독립하지 않는 데에는 '딱히 독립 필요를 못 느낀다'(40%·복수 응답), '부모님과 사는 것이 편하다'(32%) 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부모님에게 의식주 편의를 받으며 불편함 없이 생활해 독립 동기가 크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비싸다'(32%), '생활비가 부담된다'(23%) 등 경제적 이유도 컸다. 조사 대상자 71%는 집에서 사용하는 생필품을 주로 부모님이 구입한다고 답했다.

대학생 시절 자취를 하다 본가로 돌아온 이모 씨(28)는 "딱히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보니 독립 계획이 없다"며 "대학생 때만 해도 자취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부모님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돈을 벌어서 용돈은 드리더라도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프리랜서로 영상편집 일을 하다 그만두고 부모님 집에서 구직 활동하는 황모 씨(31)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 독립도 하고 가정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일단 제대로 된 기업에 취업이 돼야 나가 살지 말지를 고민할 것 같고,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죄송스럽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결혼과 취업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의 절반 이상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9∼34세 청년의 가구 유형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 가구가 59.7%로 가장 많았다.
미국·중국 젊은이도 "독립 안 해"…'전업자녀' 속출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부모들이 20세가 넘은 자녀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부모의 59%는 35세 이하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젊은 세대는 경제적 독립에 도달하는 데 더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는 젊은이들이 지난달 기준 약 1600만명에 달한다. 전체 16~25세 인구가 1억 50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10.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전업자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전업자녀란 일반적인 캥거루족과는 달리, 부모를 위해 식사와 청소 등 집안일은 하는 대신, 부모로부터 급여를 받는 청년들을 말한다.

현지에서는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떨어지면서 역대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전업자녀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펑펑 광동개혁학회장은 "청년 고용 전망이 단기적으로 밝지 않다"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한 만큼 고용 전망이 획기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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