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그만뒀을 뿐인데"…4000억 증발에 개미들 '피눈물'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입력 2024-03-16 07:11   수정 2024-03-16 08:22


손에 잡힐 듯 가까웠던 코스닥 '톱 10' 자리가 멀어졌다. 위메이드 얘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트 크로우'가 시장에 안착하며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장현국 대표가 직을 내려놓자 상황은 달라졌다. 블록체인 사업을 이끌던 장 대표가 돌연 사임하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회사 측은 장 대표는 부회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냉기는 데우지 못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위메이드는 8.12% 11.36% 급락했다. 7만원을 바라봤던 주가는 5만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톱 10 진입을 앞두고 미끄러진 터라 더욱 뼈아프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위메이드의 시총은 2조3390억원으로 시총 순위는 12위였다. 하지만 현재 시총은 1조9051억원으로 사흘 새 4000억원가량 증발했고, 순위도 21위로 추락했다.

개인이 위메이드를 집중 매수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 긴 역부족이었다. 14~15일 2거래일간 개인이 323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닥 개인 순매수 1위에 달할 정도다. 기관은 224억원, 외국인은 88억원을 순매도했다. 대신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따르면 양일간 기관은 위메이드 주식을 평균 6만2437원에 팔았다. 현재가(5만6200원)보다 약 10% 높은 것을 고려하면 기관은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놨고, 개인이 이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위메이드의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주가는 44% 급등하며 불기둥을 뿜었다. 13일 장중 주가는 7만원대에 올라서면서 코스닥 12위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신작 '나이트 크로우'에 대한 기대감이 불을 붙였다. 지난 12일 전 세계 170개국(한국, 중국 제외)에 출시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나이트 크로우는 순항하고 있다. 출시 3일 만에 누적 매출 1000만달러(약 133억원)를 돌파했다. 동시접속자 수는 23만명에 달한다. 위메이드는 늘어난 이용자 수를 감당하기 위해 서버 수를 24개에서 54개로 늘렸다. 위메이드 측은 "나이트 크로우의 매출 증가세는 자사가 서비스한 게임 중 최고 수준"이라며 "2021년 출시된 '미르 4' 글로벌의 10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신작이 좋은 성과를 내자 증권가에서도 눈높이를 올렸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위메이드에 대한 목표가를 7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높였다. 이 증권사 안재민 연구원은 "나이트 크로우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평균 12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며 "'판타스틱4베이스볼', '미르4'(중국), '레전드 오브 이미르', '미르M'(중국) 등 올해 출시될 다른 신작도 충분히 기대된다"고 평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는 등 블록체인,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점도 위메이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버전에는 캐릭터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다.

캐릭터 NFT는 위믹스 플레이에서 크로우 토큰으로 거래할 수 있다. 게임 안과 밖의 경제가 연결된 셈이다.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다이아를 모으면 크로우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 실제 현금을 지불해 크로우 토큰을 구매할 수도 있다. 게임에서 크로우 토큰은 일종의 기축 토큰 역할을 한다. 크로우 토큰은 위믹스 달러부터 다른 아이템 토큰과 캐릭터 NFT 거래까지 교환 및 거래에 활용된다.

하지만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기대감은 한 방에 꺼졌다. 블록체인 사업을 이끌던 장 대표가 돌연 사임하면서다. 창업자인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이 새 대표를 맡게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는 한 때 40% 폭락하기도 했다.

안 연구원은 "위메이드의 주가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감까지 반영되어 있는데, 위믹스 사업을 주도하던 장 대표가 물러나며 주가가 하락했다"며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포털 종목토론방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한 주주는 "작년 12월에도 7만7000원 찍고, 4만원 중반까지 하락하더니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며 한탄했다. 다른 투자자는 "굳이 왜 지금 사임해서 이 난리를 만드나"하고 한탄했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던 시점에 사임 소식이 전해져 하락 전환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박 의장의 대표 선임을 반대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주장이다. 위메이드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부사장 등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선임할 수 있다. 만약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박 의장과 전 대표의 지분율이 40.46%에 달해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위메이드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장 대표는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뿐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박 의장이 책임경영에 나서며 장 대표가 부회장직을 맡게 됐다"며 "장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서 기존에 하던 위믹스 사업이 위축되는 건 아니며 장 대표는 박 의장을 도와 경영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직에서 사임했지만 위믹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발행·유통량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달 초 검찰은 위메이드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위메이드의 지갑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월렛', 가상자산거래소 '피닉스'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미신고 영업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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