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앞에 장사 없죠"…'중국산 배터리 車' 줄줄이 나온다 [중국산 대공습 현장을 가다②]

입력 2024-03-27 13:00   수정 2024-04-03 19:00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산이 주류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나섰다. 가격만 보면 LFP 배터리 탑재가 효과적이지만 배터리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무작정 늘릴 순 없다. 규제 이슈에 정책적으로 페널티를 감수해야 해서다.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LFP 배터리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저렴한 전기차 '중국산 LFP 배터리' 채택 늘어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산 LFP 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는 이유는 가격이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는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 때문에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보에 힘쏟는 추세다.

이를 위해선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넣는 게 불가피하다고 업체들은 판단했다. 국내 업체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앞서 기아가 지난해 출시한 '레이 EV'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에도 중국 비야디(BYD)의 LFP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중국산이란 거부감은 저렴한 가격 앞에선 후순위로 밀렸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제작된 테슬라 '모델Y'에 LFP 배터리가 탑재돼 기존 모델 대비 약 2000만~3000만원 저렴하게 판매되자 종전에 비해 10배 이상 판매가 늘어난 게 이를 입증한다.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되면서 현대차가 올해 출시할 '캐스퍼 EV'를 비롯해 기아 'EV3', 'EV4' 등 저렴한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 사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보급형 모델' 출시 계획을 속속 밝혔는데 2022년 전후로 이들 모델에 LFP 배터리 채용 계획을 줄줄이 내놨다.

이들 신모델 개발 기간을 고려하면 2024~2025년에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중국을 제외한 각국 시장에 본격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뿐 아니라 폭스바겐, BMW, 다임러, 스텔란티스 등 주요 업체들이 LFP 탑재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으로 파악된다.
LFP vs NCM 장단점 명확…"점유율 역전 가능성도"
LFP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저온에 약한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도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통상 LFP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짧은 엔트리(기본)급 전기차 모델에 주로 채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완성차 업체들이 볼륨 전기차 모델에도 LFP 배터리를 채용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방침과는 온도차가 있다. 정부는 올해 LFP 배터리 사용 전기차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정책으로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를 견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선에선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가격경쟁,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 확대 등으로 LFP 배터리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실정이다. 정책적 페널티를 받더라도 가격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하는 셈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LFP 배터리는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점유율 36%를 차지했다. 종전과 달라진 대목은 중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LFP 배터리의 침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

업계에선 가까운 미래에 LFP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NCM 배터리를 역전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뿐 아니라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의 전기차 수출도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는 업체들은 LFP 배터리 탑재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중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폐지 및 축소하면서 소비자 구매 부담이 가중돼 저가형 모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 늘어날 것…무분별한 탑재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리사이클링(재활용) 측면에선 큰 단점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의 환경 규제와 정책적 배제 대상이 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주류 배터리'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탑재를 공식화한 것이 2022~2023년 즈음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본격 출시되기 시작하고 LFP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내 LFP 배터리 점유율은 약 70%까지 올라왔다. LFP 배터리를 단 BYD 등 중국 전기차 수출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르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LFP 사용을 공식화해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를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하고 가격경쟁력 이슈가 당면과제가 되면서 LFP 배터리 확대 추세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LFP 배터리의 무분별한 탑재는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폐차할 때마다 배터리를 땅에 묻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처럼 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은 저렴한 전기차가 필요하기에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공급하지만 장기적으로 리사이클링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향해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 생산 자제를 당부했다. 지금 당장의 판매를 위해 재활용이 어려운 LFP 배터리를 선택하기보단 기술개발을 통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기차에 우후죽순으로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가 폐배터리가 늘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차량 제조사들의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 판매사와 구매자가 가격적 이득을 보는 만큼 폐차된 전기차의 LFP 배터리를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이것도 '비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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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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