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압박에 결국 백기…'맏형' CJ가 먼저 나섰다

입력 2024-03-19 16:39   수정 2024-03-19 16:48


CJ제일제당이 다음달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가격을 최대 10% 낮춘다. 정부가 연일 물가안정에 식품업계가 동참할 것을 압박하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설탕 등 다른 식료품으로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부터 중력밀가루 1kg, 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일반 소비자 판매용(B2C) 밀가루 제품 3종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인하율은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 제품별로 3.2~10% 수준이다. 평균 인하율은 6.6%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체 B2C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밀가루 가격 인하 결정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CJ제일제당 방문을 불과 몇 시간여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송 장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에 있는 CJ제일제당 공장을 찾아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하락 효과를 소비자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밀가루 원재료인 밀 수입가격(t당)은 2022년 9월 496달러에서 지난 2월 335달러로 32% 하락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13일에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롯데웰푸드, 농심 등 19개 식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공식품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식품업계 ‘맏형’인 CJ제일제당이 가격 인하 첫발을 떼면서 다른 업체들도 뒤따를 전망이다. 대한제분과 삼양사, 사조동아원 등은 밀가루 가격을 낮추기로 결정하고 인하 폭과 시기 등을 조율 중이다.


라면이나 빵, 과자 등 다른 품목으로 가격 인하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업 간 거래(B2B)용 밀가루 가격이 낮아지면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식료품 가격도 인하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밀가루에 이어 설탕과 식용유 등 가격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도 식품업계엔 부담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했지만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본사에 조사원을 파견해 설탕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했다.

식품업계는 추가 인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일부 원재료는 지난해부터 국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원·부재료 인상폭 만큼 가격을 올리지도 않은데다, 인건비 등 비용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가격을 낮추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형주/박상용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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