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30초도 안 걸렸다"…'토종 법률AI', 글로벌 공룡에 반격

입력 2024-03-20 13:42   수정 2024-03-20 14:04


‘동생이 1억원을 빌려갔는데 차용증을 안 쓴 채 잠적했습니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조치부터 취해야할까요?’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자 30초도 안 돼 ‘먼저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담긴 10문장 가량의 답변이 올라왔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중 어떤 절차가 더 낫냐’는 추가 질문에는 ‘사기죄 등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출시된 토종 법률상담 AI 챗봇인 ‘AI 대륙아주’에서 이뤄진 대화의 한 장면이다.

대륙아주는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네이버클라우드, 법률정보기술 스타트업 넥서스AI와 함께 시연회를 열어 AI 대륙아주의 모습을 공개했다. AI 대륙아주는 대륙아주가 쌓아온 법률 데이터를 기초로 넥서스AI가 네이버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했다. 온라인 채팅방식으로 24시간 내내 실시간 무료 법률상담을 해준다. 동일한 법률문제를 두고 최대 다섯 개 질문이 이어져도 곧바로 답변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대륙아주 변호사들은 서비스 구현을 위해 약 9개월간 1만여개 질문을 직접 만들고 모범답안을 만들며 AI를 학습시켜왔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는 “현재 100개 질문 중 88개에 대해 정확하게 답하는 수준으로 일반인들이 오랫동안 찾아야 알 수 있는 법률정보를 신속하게 내놓는 정도로 볼 수 있다”며 “목표로 정해둔 성능의 10%가량이 구현된 상태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사안에 대한 분석적 판단과 법률문서 작성 등도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승소 가능성과 예상 형기 등 구체적인 상황을 예측하는 능력에 관해선 “이용자가 증거를 얼마나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단서를 달았다.

대륙아주는 AI 대륙아주를 국민들의 법률상담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각종 자문업무에 필요한 계약서나 의견서 등 서류를 손쉽게 작성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대표적인 활용방식으로 꼽힌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오픈 AI가 챗GPT를 내놓기 전부터 소속 변호사들이 분야별로 기본법률 샘플 데이터를 만들어 AI 기술과의 접목을 준비해왔다”며 “기술과 전문지식이 만나 변호사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상생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등에선 글로벌 공룡들의 AI 침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토종 AI의 반격이 본격화할 지 주목하고 있다. 손꼽히는 리걸테크 공룡인 미국 렉시스넥시스는 지난 19일 한국에 법률 특화 AI솔루션(렉시스플러스AI)을 정식 출시했다. 렉시스플러스AI는 AI가 판례 등을 검색·분석해 법률 문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 후 법조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이 회사 외에도 GPT4, 바드 등 글로벌 기업의 범용 AI에서도 간단한 법률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규철 대표변호사는 “세계 리걸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반해 한국은 여전히 태동기”라며 “한국의 대표 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국내 리걸테크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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