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애플 생태계는 反경쟁적"…애플 "우리만의 정체성"

입력 2024-03-22 08:31   수정 2024-03-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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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든 '폐쇄적 생태계' 전략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일제히 제동이 걸렸다. 미국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에서는 디지털시장법(DMA)의 첫 조사 대상으로 애플을 조준하고 있다. 디지털시장법은 EU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 7일부터 시행한 법이다.

미 법무부는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21일(현지시간) 5년간의 조사 끝에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뉴저지 연방법원에 기소한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구축해 온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다. 애플이 자체 생태계 안에서만 앱 다운로드나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해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은 수년 동안 의도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며 "애플은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인해 그 권력을 유지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는 또 "애플이 지난해 한해 동안 거둔 순이익 970억달러는 100개 이상의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하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6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의 성공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조나단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은 "지난 수년 간 경쟁에 대한 애플의 대응은 마치 일련의 두더지 잡기 게임(Whac-A-Mole)처럼 경쟁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됐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애플이 아이폰 기능을 통제해 경쟁사들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을 막았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자체 '지갑 앱' 외에는 다른 경쟁사의 혁신적인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점을 문제삼았다. 또 애플이 경쟁사 하드웨어 기기를 아이폰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기능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등 애플 외 다른 운영시스템(OS)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갈아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애플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앱스토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이폰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인앱결제) 이용만을 허용함으로써 애플이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인앱결제 문제는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로부터 소송을 당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아이폰에서만 '애플 페이'를 가능하게 하고, 아이폰 간 전송과 달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문자 전송 시에는 차별을 둔 점도 거론됐다.

애플 대변인은 "이번 제소는 애플의 정체성은 물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소송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사람들이 애플로부터 기대하는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과 아마존, 메타를 상대로도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는데, 애플은 구글의 검색 엔진을 겨냥한 재판에서도 일부 엮여 있다. 애플이 아이폰 웹브라우저에 구글 검색을 기본 설정으로 탑재하는 대가로 구글로부터 수천억 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법무부 고위 관리들은 이번 애플 소송을 20년 전 웹브라우저의 선구자인 넷스케이프를 무너뜨리기 위해 '윈도우 독점권'을 사용해 익스플로러를 장착시킨 혐의로 기소된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MS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반독점 사건이다. 1998년 기소된 MS에 대해 당시 1심 법원은 기업을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했다. 다만 2001년 항소법원에서 MS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빌 게이츠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는 등 기소 협상을 통해 기업 분할은 피한 채 결론이 났다. 당시 넷스케이프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애플은 유럽에서도 경쟁 당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디지털시장법의 첫 조사 대상으로 애플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애플은 유럽 지역에 한해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개발자의 웹브라우저에서 앱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앱스토어 개발자에 새로 부과하기 시작한 수수료 정책과 이용 약관이 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달 초에는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소비자가 스포티파이 등 다른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일삼았다며 EU로부터 18억4000만유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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