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체 드레스 3.7억…글로벌 갑부들 자선행사는 특별했다

입력 2024-03-24 17:54   수정 2024-04-01 16:23

홍콩 침사추이 빅토리아 도크사이드. 지난 21일 야경이 빛나는 이곳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양조위 판빙빙 공효진을 비롯한 ‘셀럽’과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드레스와 슈트를 갖춰 입고 포토월에 섰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VIP들을 평일 저녁 홍콩으로 불러모은 행사는 패션쇼도, 영화제도 아닌 자선 행사였다. 자선 행사를 연 주인공은 에이드리언 청 K11그룹 회장과 세계 최대 명품 기업 LVMH그룹의 첫째 며느리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다. 두 사람은 이달 20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개막한 아시아 최대 미술축제 ‘홍콩 아트위크’의 부대행사로 어린이의 치료와 성장을 돕는 기부 행사 ‘더 칠드런 볼’을 열었다.

청은 더웸프, 보디아노바는 네이키드하트라는 자선단체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두 단체는 모두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돕는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이번 행사는 두 재단이 협력해 선보이는 첫 행사다. 보디아노바도 행사를 위해 프랑스에서 홍콩으로 왔다.

이번 행사에는 450여 명이 참가했다. 선발 자격은 엄격하다.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약 800만원의 자선 식사값을 내고, 아동 정신 치료 프로그램에 추가로 기부해야 한다.

보디아노바는 러시아 빈민촌에서 태어나 11세 때 시장에서 과일을 팔다 모델로 데뷔해 LVMH 집안의 며느리가 된 ‘인생 역전’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졌다. 당일에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그는 “나는 중증 뇌성마비 환자인 동생이 있다”며 “동생을 돌보며 아이들의 정신적 치료를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자 했는데 그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행사는 ‘홍콩 아트위크’ 시즌에 맞춰 필립스옥션과 함께 경매 형식으로 진행됐다. 페이스갤러리, 명품 브랜드 쇼메와 베르사체, 축구단 파리 생제르맹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선 경매를 위해 작품과 특별 상품을 내놨다. 경매를 책임지는 경매사도 남달랐다. 조너선 크로켓 필립스옥션 아시아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페이스갤러리가 내놓은 로버트 나바의 작품은 행사 주최자인 에이드리언 청에게 팔렸다. 그는 작품이 나오자마자 쉬지 않고 패널을 들어올리며 나바의 작품을 향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5분여간 이어진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나바의 작품은 1억8700만원에 청의 소유가 됐다.



파리올림픽의 원하는 모든 경기를 관람하는 2박3일간의 ‘VIP 스포츠 투어’, 파리 생제르맹 선수 라커룸에 들어가 선수들과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도 경매에 부쳐졌다. 파리올림픽 VIP 투어는 4000만원에, 파리 생제르맹 프로그램은 3000만원에 팔렸다. 이날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가 내놓은 드레스였다. 어깨에 보석이 박힌 에메랄드빛 드레스는 3억7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작품과 프로그램은 한 개도 없다. 행사를 위해 홍콩을 찾은 슈퍼리치들이 흔쾌히 지갑을 연 까닭이다. 이날 행사에서 작품을 갖게 된 한 참가자는 “이번 경매는 단순 작품 수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예술을 통해 소외된 계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선 행사는 사회에, 또 세계 예술계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청은 행사 직후 “경매를 통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기부금이 모였다는 사실을 듣고 압도당했다”며 “예술계가 다음 세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플랫폼은 계속 생겨나야 하고, 지속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홍콩=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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