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등 핵연료를 러시아 등 소수 국가에 의존하는 가운데 일부 지역의 원료 공급 차질로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라늄 정광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원자력 발전 원가에서 우라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치지만 물량을 못 구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러시아·중국과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핵연료인 농축 우라늄의 경우 미국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라늄 수급 상황은 향후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작년말 기준 가동중인 원전은 431기인데, 현재 공사를 진행중이거나 건립 여부를 확정하고 후속 인허가와 금융조달 등을 진행하는 곳이 150곳에 달한다.
중국은 우라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현재 원전 27기를 건설 중이며, 착공 예정인 곳이 41곳에 달한다. 중국국영우라늄공사(CNUC)는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되는 우라늄 약 60%를 가져올 권리를 확보했다. 신장 지역엔 우라늄 비축용 창고를 건설 중이다.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와 중국광핵그룹(CGN) 등 국영 기업들은 니제르와 나미비아에서 광산 지분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광산 기업들이 사실상 폐광 상태였던 우라늄 광산을 되살리는 등 부랴부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와이오밍·텍사스·애리조나·유타주 등에서 최소 5개의 우라늄 광산이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의 약 33%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러시아 테넥스 한 곳에서 공급받는 양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3년 치 우라늄을 확보했고 추가로 3년치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품귀 현상이 벌어질 경우 계약 이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국제 자원시장에서 계약은 언제든 파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대란이 발생했을 때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는 공급 계약을 대부분 파기 당하고 추운 겨울 보냈다.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지정학적 급변사태가 벌어졌을 경우에도 핵연료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의 연료인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는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HALEU 자체 생산을 위해 3억파운드(약 5000억원)를 투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HALEU는 한국이 운영하는 경수 원자로에 들어가는 저농축 우라늄(농축도 5% 이하)보다 농축도가 높지만 연구·무기 제조용 고농축 우라늄(농축도 20% 이상)에는 못 미치는 특수한 핵연료다.
탈원전을 추진했던 스웨덴은 조만간 2곳의 발전소를 착공할 예정이며, 향후 20년간 최소 10기의 원자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역시 원전 6곳을 건설하고 기존 원자로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월 “새로운 원전 8기 건설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영국도 2050년까지 신규 원전을 최대 8곳 더 짓고, 원전 발전량 비중을 25%로 3배 이상 늘리기로 하고 지난해 초 영국원자력청(GBN)을 출범시켰다. 캐나다도 원전 확대 계획을 선언했다. 현재 원전이 없는 폴란드가 20기 이상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며, 포르투갈과 노르웨이 등 30여개국이 첫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방글라데시, 터키, 이집트 등은 최초의 원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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