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속타는 알뜰폰…'낙동강 오리알' 됐다

입력 2024-03-26 09:31   수정 2024-03-26 09:38


"정부가 이동통신 3사 지원금을 너무 과하게 책정하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강점인 알뜰폰이 힘을 잃게 생겼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요즘 알뜰폰 사업자들의 걱정거리는 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게끔 한 정부의 '전환지원금'이다. 아직 시장 반응이 크지 않지만 당국은 최근 이통 3사와 휴대폰 제조사 수장들까지 불러모았다. 일관되게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문하는 행보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이통 3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던 알뜰폰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우려를 쏟아내는 대목이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의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와 휴대폰 구입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알뜰폰 사용자의 절반(48%)은 단통법 폐지 후 '이통사 단말기 보조금이 많다면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휴대폰 교체 예정자 중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휴대폰을 통신사에서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5%에 달했다.

이통 3사 비용이 저렴하다면 굳이 알뜰폰을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통 3사의 지원금 상한선을 올리면 알뜰폰으로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이통사들은 지원금 외에도 가족 결합 할인, 멤버십 혜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가용 수단'이 많다. 반면 알뜰폰은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0원 요금제' 등을 다시 늘려야 하는 처지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사업자들 부담은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활성화됐던 알뜰폰 지원금도 7월 이후 급감했다.


알뜰폰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젊은 세대 중심으로 수요가 늘었다. 사용자 니즈에 걸맞은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을 보면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알뜰폰 회선 수는 1500만개를 넘겼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인 정부 행보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통사들이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했다. 당초 이통3사는 전환지원금을 요금제와 기종에 따라 3만~13만원 선으로 책정했으나 정부의 상향 요청 이후 지원금을 대대적으로 올렸다. 통신사별로 SK텔레콤은 13만2000원~32만원, KT는 5만~33만원, LG유플러스는 3만~30만원으로 약 20만원씩 인상됐다.

저렴한 요금제도 내놓는다. 앞서 정부는 1분기 내 3만원대 '5G(5세대) 요금제' 신설을 예고했다. 지난 1월 KT에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번 주 안으로 3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 중심으로 보조금 인상 및 중저가 요금제 출시가 이어지자 알뜰폰 업계에선 "중소 사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한 알뜰폰 사업자는 "정부가 번 이통 3사 위주로 움직이면서 본의 아니게 알뜰폰이 손해를 입는 상황"이라며 "알뜰폰 사업자를 통해 중간 요금제 정책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폰 지원 대책도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지원 대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방책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짜는 "알뜰폰과 이통 3사가 한정된 소비자를 서로 유치해야 하는 경쟁관계인데 과연 정부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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