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물감 사지 않겠다"…77세 화가의 마지막 프로젝트

입력 2024-03-25 18:32   수정 2024-03-26 00:28


앞으로 죽을 때까지 물감을 하나도 사지 않고 현재 있는 것들로만 그림을 그리겠다는 화가가 있다. 1947년생 화가 김용익(사진)이다. 2018년 마지막 날부터 ‘물감 소진 작업’을 해 온 김용익이 6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김용익 화가는 국제갤러리 부산에 대작 중심으로 19점, 국제갤러리 한옥(서울)에 작은 작품 위주로 27점을 동시에 걸었다. 모두 2016년 이후 작업한 것이다.

김용익은 파격을 선보여 온 작가다. 그는 부산 갤러리 땅바닥 한가운데에 그림을 내려놨다. 회화는 벽에 걸려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캔버스가 오염되지 않도록 씌워 오는 비닐을 벗기지 않은 채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중 하나에는 철망이 씌워졌다. 굳이 완성한 그림 위에 잘 보이지 않도록 필터 한 겹을 더 씌웠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철조망을 비스듬히 봐야 알 수 있다. 철망 위에 그대로 붙은 한 마리의 모기가 보인다. 작품 위에 날아왔다 붙어 죽은 모기를 그림을 운반하던 중 발견하곤 그 시체까지 작품의 일부분으로 만들었다. 그는 “질서 속에서 벗어나지 않는 순간 매몰된다”며 자신의 반항기를 설명했다.

현재 김용익이라는 작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건 ‘물감 소진’이다. 그는 회화 작가임에도 더 이상 물감을 구매하지 않는다. 오직 갖고 있는 물감만으로 작업한다. 그는 “물감을 소진하는 건 곧 내 인생을 소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모든 물감을 다 썼을 때 내 인생도 끝났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고 말했다.

맨 처음 그는 캔버스를 조각보처럼 칸칸이 나눠 물감을 바른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여러 색의 물감을 골고루 소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반항의 작가인 김용익에게 네모 칸 위에 색칠을 반복하는 작업은 금방 지루해졌다. 그래서 캔버스의 자리를 네모, 세모, 원 등 여러 도형으로 나눴다. 그는 “초기엔 물감을 금방 쓸 것 같다는 생각에 작품을 그릴 때 색을 연하게 칠했다”며 “현재는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물감 때문에 짙고 두껍게 물감을 바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예술의 의미에 대해 묻자 김용익은 ‘킬링타임’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단순히 즐겁고 재미있다는 의미보다는 ‘시간을 죽인다’는 의미가 담긴 표현”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4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