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은 행복하다

입력 2024-03-26 18:56   수정 2024-03-27 00:11

레밍 효과(lemming effect)는 자신의 독자적 의견 없이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행위를 뜻한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건 물론이고 합리화까지 한다. 자녀의 학업과 관련해 성취 욕구가 클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도한 학업성취 욕구는 사교육비 지출로 나타난다. 2023년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다.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학업성취 열망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믿음이 레밍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13~18세 중·고등학생 85.8%가 상급학교 진학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19~24세인 후기 청소년의 경우 73.6%가 진학은 했으나 향후 진로가 모호하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또 17.6%는 진로 자체를 정하지 못해 자신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투자하지 못했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믿음에 심취한 어른이 많을수록 청소년은 다양한 꿈과 진로를 준비할 기회를 상실한다. 이런 협소한 선택적 사고 때문에 청소년들은 성장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갈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고민하는 노력이 부족할수록 청년기가 되면 청소년기보다 더 불안하고 힘든 사회적 압박감에 고통받는다. 보는 눈은 많으나 극복할 힘은 부쳐 고립과 은둔을 선택하는 게 더 편하다는 건 과함의 역설과 같다.

탐구하는 도전 의식과 열정을 가진 청소년이 각 분야의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선구자가 돼야 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 사회로 진입한 작금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추종자보다는 새로움을 만드는 창의적 청소년을 원하는 사회가 이미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패를 경험하지 말고 편하게 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꿈꾸며 새로운 도전의 경험을 맛볼 기회를 만나기 어렵다.

과도한 성취욕구에 지배돼 자녀가 원하는 진로를 분별하지 못하거나 학업 만능의 사회적 압력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믿음이 굳건한가? 그렇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레밍의 무리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기대하는 꿈과 자녀의 꿈을 진로라는 동일선에 놓고 자신의 경험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의 여러 정보를 제공하려는 관심의 표현은 가뜩이나 줄어든 부모·자녀 사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가교가 될 수도 있다. 학업성취에 맞춰진 레밍 효과보다 꿈과 진로의 기대를 추종하는 대화 속에서 청소년은 가슴에 행복을 담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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