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노동자의 천국' 프랑스, 노동개혁 추진

입력 2024-03-28 13:38   수정 2024-03-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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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대대적인 노동 개혁을 추진한다. 실업수당 수급 소요 기간을 단축해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2개월 앞두고 강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프랑스, 실업 수당 개혁 추진
27일(현지시간)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완전고용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더 많은 프랑스 국민이 일할 필요가 있다"며 "실업 수당 제도를 개편하는 것도 실업자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고 더 많은 국민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취지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대대적인 노동 개혁을 시행할 방침이다.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종전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는 게 골자다. 단 12개월 미만으로 단축하진 않을 예정이다. 아탈 총리는 "주변에서 실업수당 때문에 노동시장이 경직된 탓에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9월 개정에 앞서 노사 합의를 시행하라고 권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53세 이하 실업자에겐 최장 18개월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실업률이 9% 웃돌아 일자리가 부족한 경우 지급 기간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53~54세 근로자의 경우 21~23개월간 실업 급여를 보장받고, 6~8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55세 이상 근로자는 기본 보장 기간이 최장 27개월에 9개월을 추가할 수 있다.

아탈 총리는 실업 수당 지급 기간을 개정하면서 실업수당 수급 요건도 강화한다고 공표했다. 그는 "현재 규정에 따르면 2년 중 6개월만 근무해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6개월 근무 기간은 그대로 둔 채 기준 기간을 18개월로 줄일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정부가 실업 수당을 개편하는 이유는 재정적자 때문이다. 지난 26일 프랑스 통계청(Insee)은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154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5.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 4.8%에서 0.7%포인트 증가했다. 정부 목표치(4.9%)도 웃돌았다. 지난해 국가 부채 비율도 GDP 대비 110.6%였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지원금을 늘린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에너지 보조금을 증액한 결과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2027년까지 GDP의 2.7%까지 줄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긴축 재정을 시행한다. 실업 수당 개혁도 긴축재정의 일환이다. 아탈 총리는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며 "부채 비율이 너무 높은 나라는 자유국가라 볼 수 없기 때문에 프랑스의 정부 부채를 삭감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드니 그라브유 노동총연맹(GCT) 위원장은 AFP에 "아탈 총리가 발표한 개편안은 내용도 문제고 방식도 문제다"라며 "실업자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비판했다. 마릴리즈 레옹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사무차장도 "실업수당 제도는 정부 예산 조정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노동 개혁 속도 올리는 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노동 개혁에 주력했다. 앞서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산업부 장관을 역임할 때도 '마크롱 법'을 추진하며 기업 규제와 해고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도 완전고용을 강조하며 노동 개혁을 강조해왔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직후 해고 요건을 완화했다. 신규 채용을 하는 조건으로 기존 고임금 인력에 대한 해고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부당 해고 시 지급하는 '해고 배상금'에 상한선도 그었다. 또 기업 단위의 임금 단체협상이 산별 노조의 합의보다 우선할 수 있게 노동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실업수당 수급 요건을 강화하고, 산정 방식을 개정했다.

노동 개혁의 결실은 컸다. 프랑스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제고되자 외국 기업의 투자가 급증했다. 2018년 1월 미국 메타(옛 페이스북),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는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을 포함해 2023년까지 35억 유로가량을 투자했다. 일본 토요타도 3억 유로가량을 프랑스에 투자했다.

고용률은 늘었고 실업률은 줄었다. 마크롱 정부가 출범하기 전 10%(2014~2015년)를 웃돌던 실업률은 지난해 말 7.5%까지 내려왔다. 2008년 이후 최저치다. 2013~2015년 64%대 머물던 고용률은 지난해 68.4%를 기록했다.



이번 노동 개혁에 따른 정치적 위험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6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복지 정책을 축소할 경우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리서치업체 입소스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프랑스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 당의 지지율은 18.1%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 12.6%포인트 차로 뒤처져 있다. 르펜은 앞서 마크롱의 노동 개혁을 두고 "지나치게 파괴적이고 상식에 어긋난다" 맹비난한 바 있다.

아탈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긴축 재정을 위해서 중산층에 대한 세율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업 수당 개편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는 "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비롯해 법인세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3년간 프랑스의 재정적자를 GDP의 3% 미만으로 낮출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의 의견이든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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