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필품 부가세 한시 유예, 선거용으로 던질 사안 아니다

입력 2024-03-29 17:52   수정 2024-03-30 00:50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5%로 한시 인하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제 서울 동대문구 유세장에서다. 한 위원장이 주장한 부가세 인하 품목을 구체적으로 보면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다.

선거에 부담을 주는 고물가로 인한 한 위원장의 고심은 이해가 된다. 가공식품의 원재료 값은 글로벌 시장에서 하향 안정되고 있는데도 국내 가공식품 시판 가격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파와 사과 값을 놓고 야당이 총력 공세를 펴고 있으니 어떻게든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실이 야당의 공격에 홈페이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 변화 등을 충실히 설명하고, 전 정부에선 상황이 더 심각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는데도 민심이 여전히 부정적인 것도 총선을 앞둔 한 위원장을 나서게 만든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3대 세목 중 하나인 부가세를 이렇게 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조세제도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토대로 운용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이유로 손을 대는 것은 금물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가를 조세로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크게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이 돈을 푼 데서 기인한다. 팬데믹으로 전환된 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높이고 재정당국은 푼 돈을 회수하는 것도 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애초 세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데 세금으로 막고자 하는 것은 편법이고 잘못된 처방이다. 그것도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일시 인하하자는 것은 조세 체계를 흔들 위험마저 있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적자가 쌓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부가세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장기적 안목에서 논의해야 한다. 고령화와 복지 수요를 감안하면 부가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경제활력을 위해선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툭 던질 주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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