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취미생활.’
어떤 이들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73)이 그리는 작품을 이렇게 얕잡아 부른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회장은 1979년 충남 천안역 앞 작은 버스터미널을 오늘날의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 CGV 천안터미널점, 식음료점 등이 합쳐진 복합시설로 키워낸 성공한 기업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신의 본업을 화가로 여긴다. 작가로서의 예명은 ‘씨킴(CI KIM)’. 1999년 처음 개인전을 연 그는 어느덧 25년 경력의 작가가 됐다. 10여 년 전 전문경영인에게 기업 경영을 일임한 뒤 전보다 그림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이때까지 그린 작품은 1만 점이 넘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 작업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 오해를 받는 게 싫어 “제발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이 있어도 절대 작품을 넘기지 않는다.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씨킴의 17번째 개인전은 그의 미술에 대한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전시의 주제이자 제목은 무지개(RAINBOW). 분홍색 옷을 입고 직접 물감을 칠한 스니커즈를 신은 채 전시장에 나타난 씨킴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남산에서 엉뚱한 공상을 하며 놀곤 했는데, 그때 남산 너머로 본 무지개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지개는 나에게 꿈, 희망,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삶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으니 한다”는 말을 증명하듯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눈에 띈다. 청동으로 만든 사과나무 조각을 비롯한 조각 작품, 티셔츠에 그림을 그린 작품, 빗속의 제주 거리를 찍은 사진, 미국 타임지 표지를 모티브로 그린 사실적인 화풍의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따지고 보면 예술은 현실적인 쓸모와 목적을 떠나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비록 입이 떡 벌어지는 극사실주의 묘사나 심오한 이론적 근거는 없어도, 그런 의미에서 씨킴의 작품은 예술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씨킴은 “나는 아직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며 “죽을 때까지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전시를 안내하며 작품을 설명하고,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을 보여주는 내내 씨킴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씨킴은 “비슷한 작품만 하는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2년 뒤엔 ‘후아유(Who are You)’라는 제목으로 인물화 위주의 전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다음 전시 주제를 정할 만큼 머릿속이 예술로 가득하다는 얘기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천안=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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