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오작동·멈춤…무인열차 '불안한 질주'

입력 2024-03-29 18:30   수정 2024-04-08 16:45

지난달 서울 경전철 신림선 열차가 퇴근 시간에 관제시스템 오류로 36분간 멈춰섰다. 안전실 직원들이 다운된 시스템을 초기화한 뒤에야 열차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운전자 없이 무인으로 운행되는 열차가 시스템 오류와 통신 장애 등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0개 노선 151건 장애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무인으로 운행하는 10개 노선에서 지난 10여 년간 총 151건의 운행 장애가 발생했다. 경기 의정부 경전철(2012년 개통)이 52건으로 가장 많은 장애 건수를 기록했다. 2013년 4월 개통한 경기 용인 경전철이 26건, 2011년 개통한 부산 김해 경전철이 20건으로 뒤를 이었다. 2022년 5월 운행을 시작한 경전철 신림선에서는 2년 동안 다섯 번의 장애가 있었다.

무인열차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중앙관제시스템이 기관사 역할을 맡는다. 사실상 컴퓨터 프로그램인 시스템이 열차 속도 제어, 출입문 개폐 등을 관리한다.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무인운전 노선은 1026㎞이며 이 가운데 160㎞ 구간이 국내에 있다. 경제성, 열차 정시성 확보 등 여러 장점을 고려해 무인운전시스템이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인열차 장애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통신상의 오류다. 통상 열차는 관제시스템과 0.5초 간격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동한다. 두 차례 이상 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열차가 자동으로 멈춰서도록 설계된 제어시스템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통신망이 불안정할 때 발생한다. 국토부는 2018년 LTE(4세대 이동통신) 기반 한국형 철도통합무선망(KR LTE-R)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철도 현장에선 아직 여러 방식의 통신망이 혼용되고 있다.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 등 일부 노선의 관제시스템은 ‘와이파이’ 기반 통신망을 활용한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와이파이 신호가 좋지 않을 때 통신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승객들 문 오작동·끼임사고도 ‘불안’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오작동 사고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승객들이 좁은 문을 비집고 무리하게 탑승할 때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관사가 차량 문을 수동으로 여닫는 열차와 달리 무인열차에선 프로그램상 입력된 시간만큼 문을 열어 놓는다. 신림선 운영사 남서울 경전철에 따르면 역별 열차 정차 시간은 평균 20초다. 신림선을 타고 매일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샛강역으로 출근하는 강문석 씨(27)는 “스크린도어와 열차 문 사이에 사람이 있어도 자동으로 닫히는 문에 끼일까 봐 늘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무인열차 운영사 차원의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이 상황이 발생할 때 대응력이 완전하지 않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부산교통공사는 2011년 6월 신호 장애에 대해 열차 운행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용량과 백업체계에 문제점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국토부는 2021년 전국 무인열차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후 시스템이 의도한 기능대로 작동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승객 대피 절차를 보완하도록 조치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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