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도 못뗀 의·정 대화체…혈세 3000억 낭비

입력 2024-03-29 18:31   수정 2024-03-30 02:34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국내 5대 병원장을 만나 “의료계 대화체 구성에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총리는 지난 26일 주요 의대 학장과 대학 총장을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튼 이후 매일 의료계 관계자들을 찾아 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병원을 뛰쳐나간 전공의들은 ‘묵묵부답’이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조차 앉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사이 한 달에 3000억원이 넘는 ‘혈세’가 의사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데 투입되는 등 사회적 비용만 늘고 있다.
○매일 대화 요청하는 정부
한 총리는 이날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5대 병원장 간담회에서 “의료계와 대화를 위한 정부의 계속되는 노력에도 대화체 구성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장들에게 교수, 전공의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어떤 주장을 하든 ‘대화의 장’에 마주 앉아 소통으로 풀자는 것이다. 국내 중증·응급 의료의 핵심인 5대 병원에 소속된 의사만 7042명, 이 중 전공의만 2745명에 달한다. 이번 집단행동의 중심에 서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날 병원장들은 한 총리에게 “전공의들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선 “전공의들 스스로가 대표 구성을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의사들 간에도 서로의 생각을 모를 정도로 내부 소통마저 꽉 막힌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주대병원 등 8개 사립대학병원 병원장을 만나 의료진 설득을 요청했다. 정부는 연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들에게 대화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정부가 제안한) 조건 없는 대화는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증원 문제를 제외하면 정부는 그간 의료계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요구한 사안 대부분을 들어줬다”며 “집단행동을 멈추지 않고 정부와의 대화까지 거부하는 것은 그저 ‘정부를 이기겠다’는 것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에 대한 금전적 지원까지 약속하며 복귀를 막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에 따르면 현재 154명의 선배 의사들이 120명 전공의가 요청한 분유, 기저귀 비용을 후원하고 있다.
○정원 빼면 다 얻은 의사들
의정 간 대화체 구성이 공전하는 사이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꾸는 데만 한 달에 3167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증환자 입원 진료비의 100% 사후 보상, 중환자실, 응급실 진찰료 지원 등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한 달에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병원에 남은 의료진에 대한 인센티브 등에 투입하는 예비비도 한 달에 1285억원에 달한다. 하루에 들어가는 ‘혈세’만 100억원 이상으로, 사태가 조기 종결됐다면 없었을 사회적 비용이다.

5대 병원 재정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와의 간담회에서 한 병원장은 “하루 적자 규모가 14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장은 “지금까지 적자 규모만 200억원”이라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황정환/오현아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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