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中 청년들, 중국몽 시한폭탄 됐다

입력 2024-03-31 18:14   수정 2024-04-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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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소비 부진, 부동산 침체 등 최악 수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로 사회적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생 중 수백만 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우울증’에 빠진 중국 청년 세대가 느끼는 무기력함은 ‘탕핑’(평평하게 누워 있기)이라는 자조적 표현으로 표출될 정도다.
◆中 청소년 900만 명 이상 우울증
31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직업을 찾지 못한 수많은 중국 청년이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후난성 중난대 연구진은 10~19세 중국 청소년 1억5600만 명 중 900만 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세가 꺾이고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죽음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6월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당국은 7월부터 청년실업률 발표를 잠정 중단했다. 작년 12월부터는 중·고교 및 대학 재학생을 제외한 실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실업률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월 실업률은 15.3%였다. 작년 7월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 연구팀은 탕핑족과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을 합치면 실제 청년실업률은 46.5%(작년 3월 기준)라는 추계를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자 중국 당국은 청년들에게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을 독려하고 있다”며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실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사이에 미스매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2년 대졸자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작년에는 1160만 명의 학생이 취업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고, 올해는 1170만 명이 대기하고 있다. 작년 3만9600개의 국가 공무원 자리를 놓고 300만 명이 넘는 학생이 경쟁을 펼쳤다. 대학원 입학시험에는 76만 개 공석을 놓고 470만 명의 학생이 응시, 약 400만 명이 대학원 진학에 실패했다.
◆“여성은 더욱 희망이 없어”
치열한 경쟁 탓에 교육비도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아이를 18세까지 키우는 평균 비용은 53만8000위안(약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3배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 여성의 평균 자녀 출산이 2019년 1.63명에서 2022년 1.10명으로 급감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중국 여성의 10%는 평생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베이징에서 중국어 강사를 하는 왕양 씨(35)는 “대부분 30대 여성에게는 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왕씨는 20대 때 알리바바에 계약직으로 취업했지만, 30대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 기업 방침 탓에 2년 뒤 해고됐다. 왕씨는 “30대 여성의 취업이 여의찮다는 점을 알고 있는 고용주들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주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기적으로 자포자기한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 체제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에서 16~35세 청년 인구는 약 3억6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일부 학자는 이들을 두고 ‘신빈곤층’이라고 칭하며 사회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22년 말 전국적인 코로나19 봉쇄 항의 시위를 주도한 것도 젊은 층이었다. 당시 이례적으로 시진핑 국가주석 하야 구호까지 등장했다. 독립연구가인 첸다오인은 SCMP에 “어느 시점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당에서 소외된 대중과 엘리트들로부터 사회적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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