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여의도는 벚꽃의 계절, VC는 상각의 계절

입력 2024-04-02 16:01   수정 2024-04-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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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신한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실장
멕시코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코코(coco)'



2017년 픽사에서는 멕시코의 명절인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COCO라는 뮤지컬 판타지 영화를 선보였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색감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본인 또한 당시 여러번 봤던 기억이 있다.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기내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에서의 주요한 이야기의 흐름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은 두 번 죽는다’는 것이다. 한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육체의 수명이 다한 일반적인 죽음이고 저승에서 한번 죽은 자로의 삶을 영위하다가 두 번째 죽음이 찾아온다. 그 시기는 바로 이승에서 ‘날 기억하고 있는 살아있는 이들이 최종적으로 사라질 때’이다.

제사라는 특별한 형식을 통해서 아니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사진 등을 통해 망자를 기억하고 추억하게 되는데 이런 살아있는 후손들 또는 주변인들이 모두 사라질 때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이승과 저승 모든 공간에서 영원히 소멸한다는 이야기다.
3월 운용보고회 그리고 망자(?)들의 소식들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 매년 3월은 대부분의 운용사(GP)들이 운용보고회를 개최한다. 작년 한해동안의 포트폴리오와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해 출자자(LP) 및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는 자리이다.

기중 수시보고라는 형식을 통해 주요 사안들에 대해 LP들과 소통하기도 하지만 중요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이 동반되는 사안들에 대해선 총회안건으로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상 빠지지 않고 올라오게 되는 안건은 재무재표에 대한 승인 건이다.

펀드의 제무재표는 GP측에서 알아서 작성하면 되는 것이고 별다른 이벤트가 없이 통상적인 비용 정도만이 반영되어 있는 재무재표에 평소에는 그 누구도 큰 관심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로 투자자산에 대한 ‘상각’이 동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각이란 기존 투자자산에 대해 일종의 감액처리하는 절차로 자산에 대한 부실의 인정임과 동시에 통상 GP들이 받게 되는 관리보수를 산정하는 기준금액(NAV: net asset value)에서 빠져 투자자인 LP에게 뿐 아니라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GP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다. 즉 포트폴리오에 일종의 사망선고를 내리는 회계적 사건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한민국 VC업계에서 상각의 기준
벤처투자의 앵커투자자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은 각자 사후관리가이드라인을 통해 상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모태펀드의 경우 부분감액과 완전감액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으며 부분감액의 경우 자본잠식 50% 이상, 2년 연속 영업손실 시현, 매출의 2년 연속 감소라는 큰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는 사실상의 휴.폐업 / 부도, 영업정지 등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부분상각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완전감액의 경우 자본 잠식 100%인 경우이다.

한국성장금융의 경우 “운용사가 판단한 결과 투자 당시 예상한 사업계획 대비 경영실적이 현저히 부진한 경우 또는 휴폐업, 어음부도, 법정관리, 워크아웃, 채권단 공동관리절차, 법원의 재산압류 등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상태”라고 기준안을 제시하여 GP 재량에 의한 판단의 영역으로 좀 더 유연한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상각 업체들의 공통점
당사에서 운용 중인 모펀드에서 2024년 봄, 주로 상각하게 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가장 많은 분야는 ICT서비스, 둘째로는 바이오, 마지막으로는 유통/서비스 순으로 상각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ICT서비스는 주로 플랫폼 기업들이 이에 해당하며 대표적으로는 정육각, 왓챠 등이 기업명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플랫폼 업체인 트라이패스(베트남 교육 시스템 서비스 및 통신 요금 충전 서비스 업체), Next hive international(인도네시아 공유오피스 업체) 등도 상각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초신선 정육각 그리고 초록마을
이중에서도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포트폴리오는 정육각일 것이다. 2019년도 당 펀드에서 출자를 확정한 VC분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업체가 정육각이었다. 초신선 육류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유통 스타트업으로 한국과학영재고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수학과 재직중 고기에 관심이 있어 중퇴 후 창업한 대표로 인해 더욱 유명해진 기업이기도 하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식품 플랫폼 업체들의 성장세가 다른 모든 업종을 압도하며 큰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이에 따른 후속투자유치로 대한민국 육류 유통 변화에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가장 신선한 육류를 내가 원하는 두께로 그것도 대형 마트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하였고 MZ세대를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육류를 소비하는 많은 계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가파른 성장세와 맞물려 회사 확장 기조를 이어갔으며 이후 초록마을이라는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유기농친환경마켓 인수를 통해 사업채널을 확대하고 기존 정육각 사업과 시너지를 내려 했으나 기존 사업에서의 정체와 시너지 시현까지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진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2022년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경색과 맞물려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을 자본이 아닌 차입으로 전환하며 고난이 시작되었다.

현재는 정육각 사업에 대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더불어 초록마을에 대한 재매각 등 재구조화를 통한 다양한 자구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최초 투자자들의 추가 투자 결정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탐문된다.
Remember me
VC투자는 대표적인 모험자본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되돌려주는 사례도 매우 많으며 지금 현재도 유니콘을 꿈꾸며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나아가고 있고 또한 투자자들의 자금 또한 모험자본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반대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대외 변수에 버티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게 되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보게 된다.

성공한 사업의 경우 최초 창업자들의 정신과 노력 그리고 주변에서의 수많은 조력자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되고 또한 그 정신과 열정이 이어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어려워지게 된 결과에만 매몰된 체 설립 당시 많은 투자자들을 매료시켰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시장에 주었던 신선한 충격, 도전정신과 창업자정신 등은 모두 사라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업실패에도 불구하고 창업자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관심을 가졌던 VC들도 그 실패를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하게 새로운 투자를 이어갈 수 있어야만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양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상각'된 자산들이라도 우리가 그 자산을 '기억'하고 '추억'할 때 그 자산은 '상각'이 아닌 '부활'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 밤 다시 한번 영화 코코의 'Remember me'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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