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5년 만에 '악몽'…강진에 건물 붕괴·테크기업들 '스톱'

입력 2024-04-03 18:19   수정 2024-04-04 01:57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9층짜리 건물이 피사의사탑처럼 기울었고 도로에는 건물 잔해가 널려 있다. 무너진 아파트에선 깨진 창문 사이로 주민들이 탈출을 시도했다. 해안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은 도로 위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던 시민들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3일 25년 만에 최대 규모 강진이 발생한 대만의 아침 풍경이다.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최소 9명이 숨졌고 900여명이 다쳤다. 무너진 건물 잔해 밑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도 현장 근로자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전 세계 반도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9명 사망…추가 피해 가능성 커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58분께 대만 동북부 최대 도시 화롄으로부터 남쪽으로 18㎞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가 7.7에 달한 1999년 9월 지진 이후 최대 강진이다. 당시 지진으로 약 2400명이 사망하고 1만 명이 다쳤으며 5만 채의 건물이 파괴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원은 땅 밑 34.8㎞로 비교적 얕은 층에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섬 전체가 영향권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진앙으로부터 150㎞가량 떨어진 수도 타이베이까지 강한 진동이 전해졌고, 바다 너머 중국의 해안 도시 푸젠성과 상하이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76차례 여진이 이어져 건물 125채가 무너지고 최소 137명이 건물에 갇혔다고 대만 재난당국은 밝혔다. 9만1000여 가구에 공급되는 전력이 완전히 끊겼다.

지진 발생 시간이 출근 시간대와 겹친 탓에 동부 해안을 따라 난 고속도로에서 산사태, 낙석 등에 의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 주변국은 해안 지역에 대피령과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높이가 0.5m에 가까운 파도가 관측돼 항공편 운항도 중단됐다. 경보 등은 해제됐지만 대만 기상당국은 이번 주말까지 규모 7 수준의 여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앙정부에 “즉각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협력하라”며 재난대응센터 가동을 지시했다.
○TSMC 가동 중단 여파 주시
TSMC는 이날 일부 팹(반도체 생산시설) 가동을 최대 6시간 동안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신주과학단지와 가오슝 신규 공장 건설도 잠정 중단했다.

애플 협력사인 폭스콘도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폭스콘은 “지진 발생 후 대만 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점검했다”며 “생산장비에는 손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가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에 있는 일부 공장의 작업을 중단했고 PSMC, KYEC, 이노룩스, 타이마이드테크 등 관련 기업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만 현지에 공장을 둔 마이크론은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알렸다.

CNBC방송은 TSMC가 전 직원의 안전을 확인한 뒤 현장 복귀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TSMC의 생산 차질은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이 회사로부터 반도체 칩을 납품받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다. 반도체 공정은 단 한 번의 진동에도 전 시설 가동이 중단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TSMC는 이번 지진이 2분기 실적에 6000만달러(약 809억원)의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전반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는 전날보다 1.27%(10대만달러) 내린 780대만달러에 마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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