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또 패싱한 금감원…김주현·이복현 '이상기류'

입력 2024-04-09 06:30   수정 2024-04-09 08:34


국내 금융당국의 두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이에서 최근 주요 사안을 두고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이 상부기관격인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조사 결과를 곧바로 검찰에 통보하는 등 '금융위 패싱'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금융위 내부에서 터지고 있어서다.

8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열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금융위 위원들이 이 원장에게 A자산운용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처리 과정을 두고 '권한 위반'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 제기했다. 이 원장이 소관부처인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해당 운용사의 자본시장법 위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사실을 곧바로 검찰에 통보했다는 게 요지다.

일반적으로 중대 위법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 통보는 금융위 또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권한이다. A운용사는 2020년 환매 연기 사태가 빚어진 무역금융펀드의 설계·발행사로 현재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불씨는 지난달 28일 열린 안건 소위원회(소위)에서 먼저 튀었다. 안건 소위는 수장들이 참석하는 금융위 정례회의 전 안건 처리 방향을 잡기 위해 열리는 실무진 회의다. 이번 소위에선 이 운용사의 증권신고서 미제출로 인한 과태료 부과 건의안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측 참석자에게 "사기적 부정거래를 비롯한 중대 범죄들은 금융위에 먼저 안건 상정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곧바로 검찰로 보내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금융위 일부 위원들은 금감원이 A운용사의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따른 과태료 부과 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해당 운용사를 검찰에 넘긴 것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간 역할론은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이 내용은 지난 1일 임시 소위와 3일 수장들이 참석한 정례회의 때도 동일하게 지적됐다.

이 원장은 3일 정례회의에 직접 참석해 "(최근 지적에 대해) 안건을 살펴봤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한 일들이 많았더라"며 "금감원의 가능 업무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검사 제재 규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이 원장이 말한대로) 그렇게 처리하면 되겠다"고 갈등 확산을 자제시켰다.

두 부처간의 미묘한 갈등은 앞서도 있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불법 자전거래를 한 복수의 증권사 랩·신탁 운용역들의 혐의 사실을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곧바로 통보했다. 자본시장법이 아닌 법무부 소관의 형법 위반 사안으로 파악해 금융위를 통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금감원 측 입장이었다.

금감원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든 금감원이든 법리적으로 봤을 때 불법을 인지한 기관은 누구라도 검찰에 고발이나 통보를 할 수 있다"며 "금감원이 법에 어긋나게 행동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관계자는 "검찰에 통보하는 수준의 중대 위법 행위를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은 검사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본시장 조사규정 등에 견줘볼 때 과도한 행동"이라고 했다.

금감원의 권한을 명시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규정'을 보면 금융위 업무를 위탁받은 사항을 포괄적으로만 다룰뿐 '수사당국 요구'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구분해두지 않았다. 다만 시행세칙 32조에 금감원장은 회사나 임직원의 위법, 부당 행위가 사법적 제재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때 수사당국에 그 내용을 고발하거나 통보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한편 두 부처간 이상기류는 지난해 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와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처리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물이란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요 사안마다 김 위원장은 뒤에 빠져 있고 이 원장만 앞에 나서서 매를 맞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며 "'형님'이 제때 나서주지 않으니까 금감원이 홀로 행동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13일 "홍콩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관련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며 "투자자뿐 아니라 은행·증권사 근무자들께도 보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드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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