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목보' 뒤집은 '신바람 최박사' 반전 근황…"가문의 영광" [인터뷰+]

입력 2024-04-06 07:34   수정 2024-04-06 08:40


약 9년 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2'(이하 '너목보2')에는 안경을 낀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포스의 참가자가 등장했다. 단정한 수트 차림, 수수한 분위기에 마이크를 쥔 자세는 어딘가 어정쩡했다. 패널들은 "회식하다가 술 한잔 하고 노래하는 자세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포즈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등의 말을 하며 그가 실력자가 아닐 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몇 분 뒤 스튜디오는 난리가 났다. 남성이 입을 떼자마자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이 터져 나왔다. 서문탁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을 선택해 부른 그는 시작부터 날카로우면서도 정확한 고음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해당 무대 영상은 9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너목보2'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포함해 재가공돼 올라온 클립까지 조회수는 1000만회를 훌쩍 넘었다. 놀라운 건 2015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매년 꾸준히 "고음 끝판왕이다", "그냥 잘 부르는 게 아니라 원곡자 같다", "내 '너목보' 올타임 레전드 1위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등의 네티즌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바람 최박사'라는 이름을 걸고 방송에 나왔던 최영관(49)씨는 5개의 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됐다.


최씨를 최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만났다.

방송 출연 당시 한국수자원공사에 다니고 있었던 그는 헌법재판소로 이직해 기술서기관으로 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8년째 근무하며 헌법재판소장 표창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 받았고, 올해 3월부터는 서울신학대학교 IT융합학부 특임교수로 야간에 출강도 병행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최씨는 변함없는 '음악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계정)을 운영하며 각종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고, 지난달에는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 리메이크 음원도 발매했다.

그는 "음원사이트에 올라온 음원을 보고 와이프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가족들 전부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은 날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이라고 부르더라. 음악과 관련된 일은 생소하고 특별한 일이라 주변에서 축하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리메이크 음원 발매 제안이 왔을 때를 떠올리며 "정말 좋았다. 내겐 유튜브 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음원 녹음은 장비부터 엔지니어까지 수준이 다르더라. 작업 중에도 제안 주신 분께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최씨가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는 'music'이었다. 휴대전화 케이스에도 기타와 헤드셋이 그려져 있었다. 현재는 본업에 매진하느라 유튜브 외에 두드러지는 음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는 "노래는 또 다른 나"라고 표현했다.



1994년 성균관대 메탈밴드 동아리 '혈통'의 보컬로 노래를 시작해 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사내밴드 'Kwater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2015년에는 KBS 근로자가요제에 참가해 '금지된 사랑'을 불러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내 역시 성균관대 밴드에서 만난 인연이다.

최씨는 "대학생 때부터 최근까지 밴드 생활을 하며 노래해 왔다. 그렇게 노래는 자연스럽게 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와이프를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만났고, 아이 또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노래는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음원을 내며 체감한 목소리의 변화가 있었냐는 물음엔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컨트롤이 잘 안된다"면서도 "목소리의 능력치는 줄었지만 이번에는 연습할 시간이 있어서 꼼꼼하게 듣고 신경 써서 불렀다"라며 웃었다.

최씨의 영상을 접한 중장년층은 "나의 로망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그는 "감사하다. 직장생활 하면서 누구나 똑같이 취미생활을 할 시간도 없고, 내 역할을 수행하기에 급급하지 않냐. 그러다 보면 자신을 스스로 잃어버리게 되는데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꿈을 유지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도 "살기 위해 공부했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자연스럽게 스펙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최씨는 우리나라 최고 국가기술자격증인 소방기술사, 발송배전기술사, 건축전기설비기술사와 미국전기기술사, 미국소방기술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에 따르면 소방기술사, 발송배전기술사, 건축전기설비기술사 1차 시험의 최근 3년간 평균 합격률은 각각 1.2%, 1.4%, 2.1%다.

기술사 자격증 취득을 결심한 건 취업 이후였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웃었다. 이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취업하려면 기사 자격증이 있으면 좋다고 해서 땄고, 취업했더니 기술사가 있어야 좋다고 하더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그렇게 계속 연결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기술서기관'으로 있는 그는 본인의 일을 "헌법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청사 시설과 건설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32년 된 청사의 대대적인 환경 개선을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예산 확보를 위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연구원 통합청사건립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삶의 계획에 관해 묻자 "본업인 제 자리, 직장과 가족 안에서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대답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식 근무를 마친 뒤 야간 2시간 30분 동안 특임교수로 컴퓨터 구조 강의도 하고 있는 그는 "20대 때는 취업해야 해서 불안했고, 30대 때는 나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 달려만 갔다면, 40대 때부터는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알고 있는 것들을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도 털어놨다.

음악 활동과 관련해서는 '꿈'이 있다고 했다.

"2년 전쯤 인터뷰를 하면서 음원을 내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 꿈이 이뤄졌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리메이크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곡자로서 음원을 내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루어질 제 꿈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노래하며 목소리를 다듬어가는 중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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