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각성시킨 日 5대 상사…배당·자사주 매입 경쟁 [김일규의 재팬워치]

입력 2024-04-06 06:00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일본 대형 상사(株)주 추가 매입 의사를 밝힌 지 약 1년이 지났다. 그 뒤 상사주는 ‘일본 재발견’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닛케이지수가 2%가량 하락한 지난 5일에도 일본 5대 상사 주가는 보합세를 유지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투자의 신’을 의식한 일본 상사들의 자기 연마는 올해도 이어진다. 일본의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가 시작되자마자 이토추상사가 포문을 열었다. 이토추는 지난 3일 올해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순이익 목표치를 전년 대비 10% 증가한 8800억엔(약 7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배당금 하한선은 200엔으로, 전년 대비 40엔 인상했다. 자사주 매입은 사상 최대인 1500억엔 규모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토추상사 주가는 지난 4일 6811엔을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2월엔 미쓰비시상사가 5000억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대규모 주주 환원은 주가 급등의 동력이 됐다. 이토추상사가 이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대형 상사들이 버핏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버핏은 지난 2월 ‘주주 서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일본 상사 주식 보유량이 약 9%라고 밝혔다. 버핏이 상한선으로 설정한 9.9%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상사업계에선 ‘우리 회사 주식만 팔리면 부끄러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버핏의 매도 대상에 먼저 오르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노무라자산운용의 미야자키 요시히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감시받고 있다’는 의식이 상사 경영진에게 높은 규율과 건전한 경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올해 닛케이지수의 최고치 경신을 이끈 것은 해외 투자자들의 대형주 매수세다. 그중에서도 상사는 상승세가 강하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의 주가는 버핏의 보유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020년 7월 말 대비 4~5배 올랐다. 코로나 이후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이익 수준이 높아진 데다 ‘버핏의 종목’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상사들은 버핏의 투자 이전부터 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누진 배당’이다. 실적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배당 수준을 보장해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이토추상사와 미쓰비시상사가 먼저 도입했고, 최근 마루베니상사와 미쓰이물산이 뒤따랐다.

자산 효율성 향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저효율 자산을 매각하기 위한 전담팀을 2023년 신설하고 각 영업그룹과 매월 대화하게 했다. 자산 매각을 통한 투자비 회수액은 2023년 4~12월에만 약 6400억엔에 달했다.

그러나 버핏의 투자 이전 6~8배였던 주가이익비율(PER)이 9~15배로 상승해 ‘주가가 오를 데까지 오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시장에선 일본 상사가 버핏의 투자 대상에서 협력 파트너로 발전할 경우 다시 국면이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토추의 이시이 게이타 사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순이익 8000억엔을 넘어서는 것은 지금까지 패턴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며 향후 버핏과의 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각 상사의 3월 결산 기자회견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5월 4일 주주총회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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