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는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미디어시티와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 및 기술 협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동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내수용’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중동을 점찍은 것은 사우디, UAE 등 중동 내 주요 기업이 인공지능(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서다. 두 지역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UAE가 사업 여건이 우호적이다. 현지에서 사업 또는 투자하거나 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전문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골든 비자’를 발급해준다. 10년간 장기 체류가 가능하도록 특급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이름난 빅테크가 이미 장악한 미국, 중국이나 개인정보·저작권 규제가 깐깐한 유럽에 비해 사업환경이 매력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보안, 클라우드 분야 기업의 진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안랩은 이달 사우디 국영기업 SITE와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은 요즘 중동을 중요 사업기지로 구축 중이다. 이 회사는 중동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이앤(e&)의 클라우드사업부와 손잡고 중동 지역의 최대 관리서비스제공자(MSP)가 됐다.
넥슨도 지난해 말 UAE에 현지 법인 넥슨유니버스글로벌과 넥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이곳을 넥슨의 블록체인 사업의 글로벌 거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조만간 메이플스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메이플스토리N’을 출시할 계획이다.
e스포츠 업계에서도 중동을 눈 여겨 보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PUBG)’는 올해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이 주최하는 ‘e스포츠 월드컵’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컴투스도 중동 지역에서 e스포츠 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동에선 한국 IT·게임 기업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인프라를 깔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 IT 기업을 꼽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중동 ICT산업이 2025년 950억5000만달러(약 128조5408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지은/황동진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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