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멈춰 선 '亞 실리콘밸리' 나진상가 개발…'PF 뇌관' 째각째각

입력 2024-04-12 10:01   수정 2024-04-18 09:37

이 기사는 04월 12일 10: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용산 나진상가 개발 사업이 부동산 개발 사업 옥석 가리기에 따라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 일대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단 구상을 펼친 곳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에서는 신규 개발 사업이 등장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장을 리파이낸싱(차환)해 겨우 사업을 유지하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서 수익성이 애매한 사업장 중심으로 줄줄이 문제가 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용산 노른자 땅도 ‘산소 호흡기’로 연명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오밸류는 나진상가 3개동(15·17·18동) 개발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인 용산라이프시티PFV 지분 95%를 블리츠자산운용에 지난 1일 매각했다. 2800억원 규모의 나진상가 매입 자금을 댄 PF 대주단이 네오밸류를 신뢰하지 못해 한 차례 만기 연장 없이 거부 방침을 통보했다. 블리츠운용은 네오밸류가 기한이익상실(EOD) 상황에 몰려 자칫 자신들이 빌려준 대여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단 판단에 사업장 지분을 떠안는 방향으로 틀었다. 블리츠운용은 네오밸류에 300억원의 대여금을 빌려줬던 채권자다. 네오밸류는 추진 중인 나진상가 자산 매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대주단에 의해 쫓겨난 셈이다.

블리츠운용이 기존 2800억원 PF 자금을 빌려준 대주단을 설득해 만기를 3개월 미루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오는 7월1일까지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블리츠운용은 나진상가 3개동을 분리해 15동을 인수하고 나머지 17·18동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때 매각하지 못하면 사업장은 공매로 넘어가고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진 네오밸류가 갚아야 한다.
용산 노른자 부지도 7년째 공전…개발 어려움 ‘지속’
나진상가 개발 사업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진상가를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나진산업은 고 이병두 회장이 타계하면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 지분 매각에 나섰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이 지분을 인수했고 또 다른 원매자인 오진상사와 이중 계약 논란에 휩싸였으나 소송 끝에 2020년 잔여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며 마무리했다.

서울시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해 높이와 용적률 등을 대폭 풀어줬지만 지지부진한 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 이후 나진상가 개발 사업은 7년째 공전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개발에 나서기보다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였다. 2021년 현대엘리베이터에 나진전자월드상가(14동)를 매각한 데 이어 2022년 3월 나진상가 3개동(15·17·18동)을 부동산 시행사 네오밸류에 매각했다. 네오밸류가 나진상가를 인수한 시점은 부동산 호황기 끝물이었다. 용지면적 기준 평(3.3㎡)당 7500만원 수준인 2211억원에 인수했다. 비싼 땅값에 개발이 쉽지 않았고 결국 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에 매각하려 했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깨졌다.
한 차례 만기 연장도 불허…위기설 불 지펴
네오밸류는 지난달 말 PF 대출 만기 도래 때 연장 후 제값에 사업을 넘기려 했으나 대주단이 “네오밸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연장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네오밸류에 돈을 빌려줬던 블리츠운용이 손실을 볼 것을 우려해 부랴부랴 사업장을 떠안은 배경이다. 자칫 EOD가 발생하면 네오밸류가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단이 단 한 차례의 만기 연장도 없이 곧장 연장 불가 방침을 세운 건 금융당국의 ‘옥석 가리기’ 조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이나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업장에 연장을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혜택을 받는 우량 사업장도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여러 사업장이 대거 공매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2년 1.2%에서 지난해 말 2.7%로 두 배 이상 상승한 상태다.

한 부동산 PF 금융 관계자는 “신규 개발 사업이 완전히 중단된 상황에서 기존 사업장을 유지하기 위한 차환 발행하려는 물건만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지금 나와봤자 높은 금리를 줘야 하고 해소도 잘되지 않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여러 사업장이 터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멈춰 선 PF 대출 시장…HUG·지자체 사업만 ‘통과’
현 PF 대출 시장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기존 사업장을 간신히 유지하기 위해 리파이낸싱(차환)하는 물건만 나오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7160억원 규모의 인천 송도 G5블록 주상복합 개발사업 PF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장은 포스코이앤씨가 오는 9월까지 책임준공기한 내 책임준공 이행이 어려워 실시하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 지분 29.9%가 들어간 사실상 자체 사업이다.

우량 사업장으로 꼽히는 크래프톤 타운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마트 성수동 부지를 크래프톤 타운으로 탈바꿈하는 개발 사업의 브릿지론도 올해 1월 550억원 증액하면서 연장했다. 2조원 규모로 본 PF를 추진했으나 높은 금리로 인해 6개월 연장 조치를 취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 이외엔 PF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본 PF로 전환한 사업장은 평택브레인시티 공동주택 개발사업 PF(2000억원),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청년임대주택 개발사업 PF(585억원), 원주 부론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PF(800억원) 등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을 받았거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장이다.

류병화 / 서형교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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