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압승에…재건축 규제 완화·공시가 로드맵 폐기 동력 잃나

입력 2024-04-11 10:47   수정 2024-04-11 10:53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등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두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다. 다수당을 유지한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솎아내기 작업이 속도를 낼 지 여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지방 ‘세제 혜택’ 불확실성 커져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공언한 여러 부동산 정책 개선 중에서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과제가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공시가 비율을 시세 대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철회해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공시법을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 만큼 야당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토교통부의 ‘1·10 대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세부 과제는 18개다. 국토부 구상대로 안전진단 통과 없이 일단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도시정비법이 개정돼야 한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때 1가구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원시취득세를 감면해주겠다는 방안도 각각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특례재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1·10대책 발표에도 지방 준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올해 1월 9115가구에서 2월 9582가구로 늘었다. 세제 혜택 제공 여부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만큼 지방 시장의 침체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평가다.

도시형생활주택 세대수 제한 폐지(주택법 개정 필요), 신탁방식 정비사업 의사결정 간소화(도시정비법) 등도 정부 의지만으론 수행할 수 없는 과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강조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규제 완화의 추진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간소화 등의 카드로 정부가 일부 재건축 기간 단축 효과는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 그래도 높은 분담금 등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불발되면 재건축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 초 실거주 의무 폐지 여부를 둘러싼 소동이 자주 거론된다. 정부의 추진 의사를 믿고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를 생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요자가 많았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아 혼란을 빚었다. 결국 여야가 ‘3년 유예’로 합의하긴 했지만, 앞으로 어떤 정책이든 실제 법이 바뀌기 전까지 시장이 관망할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PF 옥석 가리기’도 관심
재건축이나 세금 제도와 달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같은 교통 대책은 여야 이견이 적은 분야다. 예컨대 철도 지하화 프로젝트는 이번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된 데다 이번 선거에서도 ‘단골 공약’에 이름을 올려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1·25 교통 대책’ 중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로는 광역교통도로 사업 인허가 단축(광역교통법) 등이 있다. 하지만 교통·인프라 과제는 고비용, 경제성 논란,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 같은 문제가 있어 현실화까지 장벽이 클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 따라 예상되는 부동산 시장 변화도 여럿 있다. 먼저 이달부터 분양 물량이 조금씩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개편과 이달 선거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공급 시기를 미룬 건설사가 적지 않아서다.

그동안 시장에서 거론돼 온 ‘4월 총선 이후 대규모 PF 구조조정설’이 현실화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옥석 가리기를 하면 중장기적으론 체질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론 공급이 끊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2~3년 후 주거난이 예상되는 만큼 여야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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