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2일 16: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압구정동·청담동 일대 '꼬마 빌딩'을 사들이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든 틈을 타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빌딩을 사들이고 나섰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사 하이트론씨스템즈, 큐로컴, 티에스넥스젠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논현동 빌딩을 매입했다. 이들 상장사 시가총액은 모두 1000억원안팎 수준이다.
이들 상장사가 매입한 빌딩은 200억~300억원 수준의 중소형 건물이다. 보안장비업체 하이트론씨스템즈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3-8에 위치한 비케이빌딩을 278억원에 매입한다고 전날 공시했다. 비케이빌딩은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6층짜리 건물로 기업과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다. 이 회사는 임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건물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 큐로컴도 7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강남구청역 인근 대명빌딩을 310억원에 매입했다. 역세권에 학동로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큐로컴은 지난 9일 임대수익과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 부동산 임대업체 크레오에스테이트(가칭)를 설립하기도 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뱅킹시스템을 공급하는 금융 솔루션 사업과 신약 및 백신을 개발하는 사업에 이어 부동산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에스넥스젠은 사옥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 빌딩을 사들였다. 티에스넥스젠이 인수한 케이알엠빌딩은 9호선 언주역 인근에 위치한 빌딩이다. 현재 로봇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케이알엠이 입주해 있다. 케이알엠 임대 만료 이후 티에스넥스젠이 사옥으로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상장사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것은 임대수익을 내면서 기다리다 추후 빌딩 자산가치 상승까지 노리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싸게 나온 매물을 매입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상장사들이 압구정·청담 일대 빌딩을 사들이는 것은 이른바 ‘트로피 에셋’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풀이된다. 압구정·청담 일대 빌딩은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다루지 않는 영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가격대가 낮고 핵심 권역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도 압구정 부동산 매입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인근 부지를 매입해 명품관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에이에스개발이 소유하고 있던 청담동 건물을 225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4월 초록뱀컴퍼니로부터 인근 신사동 빌딩을 895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 테헤란로 빌딩과 달리 압구정이나 청담에는 꼬마 빌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가격 측면에서 매입하기 어렵지 않아 중소기업들도 부담 없이 사들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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