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돈맛' 보더니 왜…한국 노리는 알리의 진짜 속셈 [노유정의 의식주]

입력 2024-04-13 12:04   수정 2024-04-13 14:48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인상률은 무려 58%. 쿠팡 와우회원은 오늘 주문하면 늦어도 내일 받는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배달앱 ‘쿠팡이츠’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 인상분을 고려해도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는 자신감입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11.49%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절한 결정인지 의문도 많습니다. 알리, 테무와 쉬인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한국에서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초저가 상품들을 무기로 해외직구족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가격 인상이라는 강수를 둔 쿠팡은 C커머스들과의 전면전에서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1위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알리의 진짜 속셈은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887만명으로, 1년 전(414만명)보다 114%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는 3월 MAU는 8개월 만에 830만명에 달했습니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약 250만명이 증가했습니다.



물론 쿠팡과의 차이는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쿠팡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MAU 증가율은 5.4%. 우리나라 5000만 인구 중에 이미 3100만명가량이 쿠팡을 쓰는데, 국내에서 성장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C커머스에 입점하는 국내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알리의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에서는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 삼성전자 등 각종 한국 기업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쿠팡한테 울며 겨자먹기로 저렴하게 납품을 하거나, 쿠팡과 대립했던 기업들은 알리에서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들을 팔고 있지요.

해외직구 특성상 배송이 느린 것이 단점입니다. 물건 주문 후 비행기나 배로 운송하고, 수출입 통관도 받아야 하고 과정이 많습니다. 특히 수출입 통관은 며칠씩 걸릴 때가 많지요.

알리가 한국에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투자 계획을 세운 것도 물류망을 보완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알리는 2억달러를 투자해 연내 우리나라에 18만㎡,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한국 판매자들의 해외 수출 지원에 1억 달러를 쓴다고 하네요.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돈맛을 본 알리바바그룹이 인구가 훨씬 적은 우리나라에 왜 1조5000억원이나 투자를 할까요?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시장이 큰 편이긴 합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27조원으로 전년년보다 8.3% 성장했으며 역대 최대입니다. 하지만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거점으로 해외 물류망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이라고 해서 배를 통해 우리나라 항구로 들어와서 인천공항을 통해 전 세계로 배송되는 화물이 있는데요.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이 화물 실적이 9만8560t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이 화물은 대부분 C커머스 상품들입니다. 특히 주요 출발지인 중국 산둥성의 웨이하이랑 옌타이에는 알리의 물류센터가 있습니다. 여기서 출발한 상품들이 인천항, 평택항, 군산항으로 들어와서 인천공항으로 모이고, 비행기를 통해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되는 겁니다.



알리가 인천이나 평택에 물류센터를 지어 재고를 보관하고 있으면 서구권에서 주문이 들어왔을 때 인천공항으로 제품을 바로 보낼 수 있습니다. 배송 기간이 며칠은 줄어들겠지요. 그 과정에서 CJ 햇반처럼 알리에 입점한 한국기업들 제품을 대리로 수출도 할 겁니다.

다만 중국 기업이 중국산 제품을 우리나라에 수입하고, 또 우리나라 제품을 해외에 팔기까지 한다면…. 우리나라 유통과 무역 산업은 어떻게 될까요?
‘산 넘어 산’ 쿠팡
국내 e커머스 1위인 쿠팡은 최근 알리의 2배인 3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투자로 전국 로켓배송 시대를 열 계획입니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인 ‘쿠세권’은 현재 전국 시군구의 70%인데, 이를 넓혀 전 국민이 로켓배송을 쓸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쿠팡은 2026년까지 3년 동안 광주 울산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등 8곳 지역에 풀필먼트센터들을 새로 지을 계획입니다. 알테쉬처럼 가격 후려치기를 하긴 어려우니, 배송으로 우위를 점할 생각인 듯합니다.



다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전국 시군구 70%라면 웬만큼 사람 사는 지역에는 로켓배송을 이미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30%는 산이랑 골짜기를 넘고, 배를 타고 가는 도서산간 지역이 대부분일 겁니다. 어르신들이 주로 사시고, 인구 밀도도 높지 않은 지역이죠.

지방 인프라 강화 명분이야 좋지만, 쿠팡은 지난해 처음 적자 탈출을 한 회사입니다. 2010년 설립 이후에 13년 만에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성장을 위해 물류센터를 대거 지으면서 ‘계획된 적자’를 냈지요. 그렇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투자한 금액이 6조2000억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3년간 3조원이죠. 과거 5년치 투자금을 3년 동안 쏟아붓는다는 겁니다.

본업 외 돈 나갈 다른 구멍들도 아직 많습니다. 쿠팡이 1월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는 부도 직전의 기업이었죠.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하면서 출혈경쟁 우려도 다시 커졌습니다. 쿠팡이 논란을 감수하고 와우회원 멤버십 가격을 대폭 인상한 까닭입니다.



최근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해서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해 첫 연간 적자를 낸 다음에 나온 조치였지요. 돈 펑펑 쓰는 e커머스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전통 유통기업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듯합니다.

알테쉬에서 초저가에 제품들을 사면 지금이야 소비자로서는 좋지요. 하지만 나중에 국내 유통과 무역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중국 기업들에 종속된다면, 소비자들도 비싼 가격표를 받아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권익이 침해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드네요.

기획·진행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촬영 박지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박지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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