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vs 6조'…'세기의 이혼' 스마일게이트 둘러싼 몸값 공방

입력 2024-04-16 18:25   수정 2024-04-17 15:23

이 기사는 04월 16일 18: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상 최대 재산분할이 유력한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사진)와 배우자 이모씨간 이혼 소송의 핵심인 감정 절차가 17일 감정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권 CVO의 자산 규모는 물론 투자사와 소송까지 불사하며 비상장을 유지한 채 '은둔의 기업'으로 불려온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기업가치가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0원 vs 6조원, 스마일게이트RPG 고무줄 평가 논란
16일 법조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3부는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17일 외부 감정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0월 원고인 이 모씨의 감정신청을 받아들여 이달까지 절차를 진행해왔다. 권 CVO 부부가 보유한 재산을 평가한 후 추후 법원이 이혼을 인정하고 재산을 분할하기로 결정할 경우 기초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권 CVO의 재산 대부분은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100%)이다. 이 씨는 2022년 11월 이혼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소송 제기 직전엔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 등 재산의 3분의 1 이상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을 청구해 법원의 인용 결정도 받아냈다.

시장에선 스마일게이트홀딩스 기업가치는 100% 자회사인 스마일게이트RPG에 대한 가치가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그룹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로스트아크의 제작 및 운영사로 2022년 매출 7370억원, 영업이익 3641억원, 지난해에도 매출 5237억원, 영업이익은 2690억원을 기록한 핵심 계열사다.

업계에선 스마일게이트RPG가 유가증권 상장에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6조원 이상으로 평가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스마일게이트는 2019년엔 미래에셋대우, 2022년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며 스마일게이트RPG 상장을 준비했다.

그런데 상장 절차가 진행중이던 2022년 스마일게이트 측은 돌연 절차를 중단했다. 2022년 스마일게이트RPG가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가치가 없는 회사가 됐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2022년 스마일게이트RPG는 3641억원의 이익을 기록하고도 파생상품평가손실인 5357억원을 금융비용으로 계상하면서 대거 손실을 인식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 반영된 스마일게이트RPG의 장부가치도 ‘0’으로 기록돼 이혼시 분할 재산에서도 제외됐다.
장부상 손실 5357억원…투자자 소송전도 불사
스마일게이트RPG의 실적이 고무줄처럼 변한 비결은 2018년 라이노스자산운용 등 투자자들에 발행한 2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대한 회계인식에서 시작된다. 스마일게이트는 이 중 30%는 콜옵션을 행사해 인수하면서 남은 금액은 원금 기준 182억원 수준이다. 지분율 기준으론 전환 시 약 8.3%다.

회사 측은 K-IFRS 원칙에 따라 2022년도 실적을 집계하면서 장부가로 반영 중인 부채인 182억원과 추후 투자자가 CB의 전환권 행사로 인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의 시가간 차액인 5357억원을 순손실로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역산해보면 회사 측이 직접 산정한 지분 8.3%의 시가는 5539억원으로, 스마일게이트RPG의 전체 기업가치는 2022년 기준 6조6734억원에 육박한다.

투자자 측은 스마일게이트 측이 의도를 가지고 회계기준을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 당시 양 측의 합의한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시 IPO를 추진한다'는 조항을 발동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손실을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투자자들과 약속대로 회사가 IPO에 돌입하면 8.3%의 지분을 투자자에게 넘겨야 하지만, 약속한 기한인 지난해 말까지 IPO가 무산되면 원금에 약속한 이자인 2%만 더해 되갚아도 되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이에 대해서도 즉각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투자자가 요구한 상장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외부감사법상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지정감사인을 통해 K-IFRS를 적용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 필수였고 해당 지정감사인을 통해 회계원칙에 따라 평가된 것"이라며 "K-IFRS에 따라 전환사채에 부가된 전환권은 공정가치평가를 거쳤고 그 결과 평가손실이 인식된 것으로 회계원칙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투자자 측은 2023년 11월 즉각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해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을 진행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1000억 원이지만 일부 청구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상장을 가정한 실제 손해액으로 소송액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장 연기는 이혼소송 때문?
투자업계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투자자와의 소송전도 불사하고 로스트아크로 대박을 친 스마일게이트 RPG의 상장을 지연시킨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IPO사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케이앤에스, LS머티리얼즈, DS단석 등 ‘따따블(공모가 대비 주가 4배 상승)’을 기록한 종목들이 줄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양 측이 합의한 계약서상 조항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사 측은 "2022년 순손실은 어디까지나 '회계적 손실'이었을 뿐 상장을 중단할 사유는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실제 15일 공개된 지난해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계 기준에 따라 2022년 1426억원 순손실을 보였던 스마일게이트RPG는 지난해엔 654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손실로 반영했던 금액 중 5419억원이 기한 만료로 CB전환권이 소멸되며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환입되면서 대거 흑자회사로 변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지난해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와 실적 모두 하락세를 보인 보릿고개가 이어졌던 상황"이라며 "계약서상 상장 의무도 소멸된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 상장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상장 연기에 배경엔 권 회장 개인의 이혼소송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지난해 말 재무제표엔 스마일게이트RPG의 장부가액이 단 '12억원'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했다면 시가평가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재산 분할 과정에서 지분의 적정 가치를 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스마일게이트RPG에 대한 장부가는 IFRS 회계 기준 변경시 2020년 기말을 기준으로 평가하라는 지침에 따라 당시 자본잠식이던 자회사 기업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것"며 "올해엔 일부 임직원의 스톡옵션을 반영하면서 12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장부가 평가 기준이 바뀌지 않았고 이혼소송과도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부가는 재무제표상의 숫자일뿐이고, 감정과정에서는 재무제표와 별도로 실제 가치평가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재무제표상의 숫자와는 무관하게 정확한 가치를 평가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처리 및 주식평가 방법에 따라 기업가치가 극도로 엇갈리는 만큼 이번 주 열리는 감정기일에서도 이를 둔 양 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 CVO 측은 비상장주식 평가시 과거 이익 및 순자산 가치에 가중치를 두는 상증세법상 평가방법을, 이 씨 측은 게임회사 특성을 반영해 미래현금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DCF평가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조 단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첫 이혼소송인만큼 자본시장에 미칠 여파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재벌의 이혼소송과 달리 배우자가 창업에 참여해 대표이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권 CVO는 2002년 6월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이씨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때 권 CVO가 지분의 70%, 이씨가 30%를 나눠 가졌다.

업계에선 이후 권 CVO가 이 씨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100% 지분을 독점하게 된 과정을 두고도 이혼소송에서 첨예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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