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보란 듯…러시아, 亞 지름길 뚫는다

입력 2024-04-18 18:16   수정 2024-04-19 02:0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무역 제재가 확대되자 러시아가 ‘대안 항로’ 개척에 나섰다. 유럽 시장으로 향하는 길이 막히면서 이란 및 인도와 협력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아시아로 향하는 최단 거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 등의 지정학적 불안감까지 더해져 대안 무역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에즈 운하보다 빠른 INSTC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국제 남북 운송 회랑(INSTC) 건설 사업에 지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INSTC는 러시아, 이란, 인도 등 회원국 간 운송 협력 촉진을 목표로 설립된 7200㎞ 길이 복합 운송망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 이란의 테헤란·반다르아바스·차바하르를 연결해 러시아가 아시아로 향하는 길목을 넓히고 있다. 2000년 러시아, 인도, 이란이 구상 협정을 맺은 뒤 2022년 비준 절차를 마쳤다. 2022년 6월 러시아와 인도의 운송 기업이 시험 운송을 시작했다.

INSTC는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항로에 비해 운송 시간과 비용을 30~50%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에서도 안전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상황에서 이 운송망은 러시아를 국제 무역의 중심에 편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5월 러시아는 이란에 13억유로 규모의 차관을 제공해 이란 라슈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아스타라까지 철도 연결망 건설을 추진했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란 반다르아바스까지 화물을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에서 “이 철도 건설로 남북 노선 전체에 걸쳐 직접적이고 중단 없는 철도 운송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운송 흐름을 상당히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도·아프가니스탄 등 주변국도 투자
유라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INSTC의 운송 능력은 2030년까지 연간 3500만t에 달해 지난해 대비 85%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 인도는 물론 남아시아와 페르시아만, 아프리카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니키타 스마긴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 분석가는 “다른 무역 노선이 중단되더라도 이 노선은 제재받지 않기 때문에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효과를 기대한 주변국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는 2016년부터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이란 항구인 차바하르에 투자해왔다.

아프가니스탄도 올 2월 이 항구에 투자를 발표했다. 전 인도 국가안보위원회 사무국 컨설턴트인 바이샬리 바수 샤르마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이란 경유 운송망은 중앙아시아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유럽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한다”며 “신흥 시장은 선진국이 만들어낸 헤게모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프라 부족해 공사 지연
다만 운송망을 완전히 구축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낙후된 인프라가 INSTC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항로인 북극항로(NSR)도 서방 제재로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 속도가 빨라지면서 NSR의 경제적 가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 집행을 멈췄기 때문이다. 중국 해운사 코스코도 2022년부터 북극 항로 사용을 중단했다. NSR을 활용하면 중국에서 네덜란드까지 33일 소요돼 수에즈 운하(48일)보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무역 제재를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편 러시아는 북극 해안선을 따라 쇄빙선을 비롯한 시설 개선에 250억달러 이상 투자를 준비 중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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