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에 '비명'…지앤비에스 에코 대표의 반전 카드는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입력 2024-04-28 07:00   수정 2024-04-29 15:17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8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친환경 공정 장비 스크러버로 미국·유럽을 누비겠습니다. 중국 외에도 해외 고객사를 늘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에 성공하겠습니다.”

박상순 지앤비에스 에코 대표(1960년생)는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의 인터뷰는 올해 처음이다. 지앤비에스 에코는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글로벌 핵심 산업에 적용되는 스크러버(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 72%)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스크러버는 첨단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정화해 주는 장치다. 이 회사는 2015년 세계 최초로 무폐수 스크러버를 개발했는데, 1대당 연간 2365t의 폐수를 절약할 수 있다. 고객사 요구사항에 따른 맞춤 판매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1대당 평균 5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무폐수 스크러버는 이보다 조금 더 비싸다.

지앤비에스 에코의 본사는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모산로 401-14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걸릴 정도로 시골에 위치했다. 시골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주요 고객사는 미국 인텔·SK하이닉스·인도 타타 등이고 글로벌 강소기업(중소벤처기업부), 경기도 유망중소기업에도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5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21년 10월 29일 코스닥 상장했는데 당시 일반 청약 경쟁률 1479.8 대 1에 달했다. 청약 증거금은 4조5867억원이 몰릴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주요 제품으로는 스크러버, 질소산화물 처리설비&E.P시스템, 플라즈마 백연 제거장치, 트랩(Trap) 등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장비가 다수다. 최근 3년간 플라즈마 스크러버의 생산 대수는 약 4300대다. 지난해에만 1861대를 만들었다.


박상순 대표 “올 매출·영업익 최소 20% 성장 도전”
박상순 대표는 “미국·유럽 집중 공략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최소 20% 성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의 테스트를 통과해 퀄리파이(제품 인증)에 성공했다”며 “연내 100~150대 스크러버 계약을 맺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초도 물량으로 약 1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내달 일본 출장을 가는데 소니를 포함한 일본 반도체 기업과도 사업 협력 논의 중이다. 미국·체코 기업과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장으로 올해 SK하이닉스 대상 실적이 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관련 매출이 30억원이었는데, HBM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스크러버 판매도 500%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나스린 초프라(Nasreen Chopra) SPG 엔지니어링 사업부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본사를 방문해 에너지 세이빙 시스템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해외 매출 다변화를 예고했다.



2차전지 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위한 ‘에너지 멀티 플렉스’ 사업도 순항 중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토털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대여하고 교환하거나 폐배터리를 재활용한다. 전기차 충전소에 카페·편의점 등의 휴게 시설도 만들어 휴식·문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미래형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에너지 충전 인프라의 모든 것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350평 규모 주유소를 인수해 1호점을 만들었고, 오는 3분기 고양에 2호점 완공 예정이다. 2028년 관련 매출은 약 50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사업 순항 시 관련 이익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2차전지 M&A 관심”…5년간 사상 최대 실적 신기록
박 대표는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며 “2차전지 교두보 역할을 하는 에너지 멀티 플렉스 사업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친환경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2차전지 비상장사 국내외 기업 M&A(인수합병)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2차전지 사업을 하는 하이소닉 40억원, 광무엔 20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기술 협업 성격이 강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엔 2차전지 장비(믹싱·코팅 등) 제작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M&A를 잘못하면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기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앤비에스 에코는 최근 5년간 실적 질주다. 2019년 매출 299억원, 영업이익 3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893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4년 만에 각각 198.66%, 422.86%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1.72%에서 20.48%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 신기록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매출액 1300억원(전년 대비 45.5% 증가), 영업이익 299억원(63.5% 증가)를 예상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내리막이다. 28일 주가는 5140원으로 상장 후 최고점 대비(지난해 10월 11일 9875원) 47.95% 하락했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만8509주에 그친다. 지난해 10월 300% 무상증자 승부수를 띄웠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 저조로 인기가 없다.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무상증자 긍정 검토 약속’을 3개월 만에 지켰다. 주주들을 위한 신뢰 경영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인터뷰 당시엔 ‘스크러버 업계의 테슬라가 되겠다’고 할 정도로 테슬라의 성장성을 높이 사기도 했다.



총 주식 수는 3010만4012주로 최대주주는 박 대표 외 특수관계인 10인이 지분 30.15%를 갖고 있다. 박 대표의 지분율은 23.37%로 평가액은 361억원에 달한다. 2대 주주인 독일 CS 클린솔루션(5.94%)을 포함한 외국인 지분율은 6.15%로 유통 물량은 60%가 조금 넘는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다. 현금성 자산 110억원, 부동산 자산 244억원이다. 시가총액(1547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박 대표는 “상장사의 CEO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확대로 3년 내 시가총액 5000억원 회사로 키울 것이다”고 약속했다.



‘360억원대 주식 부자’인 박 대표도 출발점은 직장인이었다. 1980년대 후반 동건산업(무역회사) 사원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 후 회사 창업주까지 오른 것이다. 그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실패한다”며 “큰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목표한 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청춘들에게 조언했다.

효도수당 월 20만원…출산축하금 셋째 2000만원
한편 지앤비에스 에코의 복리후생은 대기업 부럽지 않다. 김승옥 이사는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임직원(현재 140명) 대상 복지를 설명했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 출산축하금(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2000만원)을 지급한다. 자녀가 있다면 월 10만원도 함께 보낸다. 또 부모님 중 한 분에게 효도수당 월 20만원, 5월 가정의 달 특별 격려금 100만원도 있다. 결혼기념일과 생일에는 상품권 10만원을 선물로 주고, 장기근속수당(5년 100만원, 10년 200만원, 20년 400만원)도 있다. 학자금·병원비 지원도 눈길을 끈다. 김 이사는 “젊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안성·청주에 기숙사(이천 건설 중)를 운영 중인데, 고급 프리미엄 오피스텔 부럽지 않게 좋은 자재를 써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여타 중소기업과 다르게 20대 직원들이 현장에서 수십명 근무하고 있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앤비에스 에코의 주력 제품인 플라즈마 스크러버는 기존 Burn&Wet 방식 대비 가열 온도가 높아 처리할 수 있는 가스의 종류가 다양하며 처리 용량 또한 높아 차세대 스크러버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고객사들의 투자 재개로 신규 수주 및 기존 고객사 발주 확대가 전망되며, 인도·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투자 지속으로 올해 실적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것이다”고 평가했다.



심 연구원은 “과거에는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았으나 글로벌 태양광 설비 투자로 혜택을 봤다”며 “지난해 전방 산업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반도체 50.8%, 태양광 48%, 디스플레이 및 기타 1.2%로 구성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도 중앙전력청이 발표한 2022~2032년 국가전력계획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을 2027년 186GW, 2032년 364GW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며 “지난해 6월 기준 설비용량이 70GW 수준임을 감안 때 발전설비 투자와 더불어 웨이퍼·셀·모듈 등 생산 관련 투자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1위 태양광 웨이퍼 수출 국가인 중국도 확대를 지속하고 있어 지앤비에스 에코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방 고객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로 유해가스 절감이 중요해졌다”며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스크러버 장비 수요가 늘고 있는 게 호재다”고 분석했다. 다만 “플라즈마 타입 스크러버 위주로 납품을 하는데 다양한 타입의 스크러버 납품이 가능한 유니셈에 비해 경쟁력은 약한 게 흠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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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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