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이젠 '비-벤-테' 시대…'독일 3강' 구도 깨졌다

입력 2024-04-23 16:26   수정 2024-04-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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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의 ‘獨(독일) 3사’로 불리며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3강 구도를 형성했던 아우디가 이탈하고, 그 자리를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꿰찬 것이다.

이와 함께 초고가 럭셔리카 시장이 위축되고, ‘가성비(가격대비성능)’의 수입차 브랜드들도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 수입차 시장은 철저히 ‘프리미엄’ 브랜드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앞으로 이런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비-벤-테’로 불러주세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BMW,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등 3개 수입차 브랜드의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62.1%에 달했다. BMW는 석달간 한국에서 1만7000대가량을 팔아 31.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벤츠는 1만700여대를 판매하며 19.6%의 점유율로 2위에 랭크됐다. 두 회사 모두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브랜드다. 올 들어서도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BMW가 벤츠와 의미있는 차이를 벌리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2월까지 100여대 판매에 그쳤던 테슬라는 3월에만 6200대를 팔아 치우며 단숨에 두 자릿수 점유율(11.4%)로 올라섰다. 렉서스 도요타 볼보 등을 제치고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3강으로 올라선 것이다. 3월 판매량 급증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지난 2월 확정되자 기다렸던 전기차 구매 수요가 테슬라로 몰린 덕분이다. 3월 한 달간 테슬라의 판매량만으로도 1분기 한국 수입차 판매량에서 3위에 오른다.


세 회사를 제외하고 한국에 진출한 23개 수입차 회사들이 모두 5% 점유율 이하의 점유율에 몰려 있다. 렉서스와 볼보가 지난 1분기 5%의 시장 점유율을 보였고, 미니 포르쉐 도요타 등이 4% 점유율로 2군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수입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아우디를 포함해 전통의 ‘독3사’ 구도가 올 들어 깨지고, 그 자리를 테슬라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확실한 프리미엄 이거나 전기차거나

올 들어 한국에서 수입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수입차 업계는 “‘확실한 프리미엄’만 살아남는 형국”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차 판매량은 2022년까지 계속 성장세를 이어오다 그해 28만대를 기점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산 승용차들이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 라인업을 잘 갖추고, 제네시스의 고급화 전략이 성공하며 지금까지 수입차 시장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였던 ‘하차감’만으로는 수입차들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렉서스 아우디 링컨 푸조 볼보 등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과 비슷한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로 특화되며 전세계적으로 극성팬을 보유한 테슬라만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테슬라 전기차들은 올해 국고보조금이 210만(모델Y 후륜)~235만원(모델3 롱레인지)으로 다른 전기차들보다 적게 확정이 됐지만, 적은 보조금을 감수하고라도 가장 많이 구입한 전기차로 떠오른 것이다.
○경기침체·연두색번호판 영향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제도의 영향으로 초고가 럭셔리카나 수퍼카 등의 수요가 급감한 것도 올 들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다.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제도는 8000만원 이상의 승용차를 법인이 구매한 경우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을 적용하는 제도로, 올 들어 시행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8000만원 이상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31.4% 감소한 3868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차 판매량에서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감했다.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 중 법인차 등록 비중은 28.4%다. 법인차 등록 비중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지난해 법인차 비중은 39.7%이었으며, 럭셔리 브랜드별 법인차 비중으로는 롤스로이스 87.3%, 벤틀리 76.0%, 포르쉐 61.1% 등 초고가 브랜드가 특히 높았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석달간 포르쉐가 1년 전보다 23% 판매량이 줄은 것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28%), 랜드로버(41%) 벤틀리(77%) 람보르기니(22%) 캐딜락(24%) 등의 판매가 크게 줄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1분기 168대를 팔았던 벤틀리는 올 들어 같은 기간에 38대 판매에 그쳤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2022년 28만대를 정점으로 수입차 판매가 정체된 시장을 26개 수입차 회사들이 나눠갖는 구조가 됐다”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런 시장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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