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K방산’ 견제론이 확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 한국 무기 대신 유럽산 무기를 사자”고 노골적으로 주장했고, 영국은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 가성비 좋은 한국 무기 대신 독일 무기를 채택했다. 한국산 무기가 최근 폴란드를 필두로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자 독일 프랑스 등 전통적 무기 수출 강국이 전방위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현재 약 20%인 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 60%로 올리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유럽 각국에 파견된 한국 대사들도 K방산에 대한 견제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한 각국 공관장은 “EU를 중심으로 한국 방위산업이 빠르게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CNN 등 외신을 통해 한국 무기의 우수성이 널리 퍼졌다”며 “하지만 자국 무기도 수출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한국 무기의 선전을 마냥 좋게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방산업계는 EU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는 영국이 독일의 자국 무기 구매 요구를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르웨이가 차기 전차 사업에서 한국의 K2 ‘흑표’ 전차 대신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자국의 천연가스를 독일에 팔고 있어 “양국 간 외교 관계를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최대 경쟁자는 독일이다. 전통적으로 유럽을 자신의 시장으로 여겨온 독일이 한국 무기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독일은 루마니아에서 한국과 자주포 수주를 두고 경쟁 중이고, 앞으로 다양한 시장에서 육상 무기를 중심으로 한국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동유럽의 한 국가는 지난해까지 한국산 무기 구매에 적극적이었는데 최근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독일 업체들이 유럽 각국 고위직에 적극 로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유럽 국가들이 해외에 빼앗긴 시장을 찾기 위해 ‘방산 카르텔’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 지원 및 수출 대상국의 지정학적 평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방산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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