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관련 정보만 집중'…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공개

입력 2024-05-02 14:36   수정 2024-05-02 14:55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장사가 직접 자사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가치 제고 목표를 세워 관련 계획·평가 등을 시장에 알리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업들이 기존에 공시하는 각종 보고서와 달리 주주와 예비 투자자가 관심있을 법한 정보만 중점적으로 모아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금융위·거래소,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 공개
2일 금융위와 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과 해설서 초안을 공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미래의 기업가치에 방점이 찍혔다. 통상 과거와 현황 데이터에 집중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사업보고서 등 기존 공시정보와 다른 점이다. 각종 공시에 흩어져 있는 기업가치 관련 핵심 정보를 하나로 모아 제시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중 상장사들의 직접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며 “이 계획을 기반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PBR 1배 밑도는 이유는 이것” 현황진단해야
가이드라인은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을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목차로 제시했다.

기업 개요엔 업종, 연혁, 재무실적 등 기본 정보가 들어간다. 여느 공시와 달라지는 지점은 현황진단 목차부터다. 사업모델과 국내외 시장여건 등 서술 사항을 비롯해 각종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를 기재할 수 있다.

재무지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이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투하자본이익률(ROIC), 매출액·영업이익·자산 증가율 등 시장평가와 자본효율성 지표를 비롯해 배당수익률, 주주환원율, 총주주수익률(TSR) 등을 쓸 수 있다. 자사주 보유분, 자사주 소각 내역 등도 여기에 들어간다.

가이드라인은 이들 지표를 여럿 활용해 기업가치 현황을 분석하라고 권장한다. 단순히 숫자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업가치 원인을 따지라는 얘기다. 1배 미만인 PBR 수치가 고비용 생산구조, 시장 수요 감소 등에 따라 낮아진 자본수익성에 따른 것인지 혹은 신상품 개발, 연구개발(R&D) 투자 등 장기 성장전략이 부족한 탓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ROE와 PER 수치를 쓰는 식이다.

비재무지표는 일반주주 권익과 관련된 기업 지배구조를 아우르는 항목이다. 한국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관련해 제시한 핵심지표 15개 등을 쓸 수 있다. 기업이 선정한 지배구조 핵심지표에 대해 시계열 분석을 하거나 산업평균·경쟁사 등과 비교를 해 작성하는 식이다.

물적분할에 따른 모자회사 중복상장 계획·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항목에서 다룬다. 가이드라인은 중복상장 계획이 있는 경우 모회사 주주의 권익 보호·증진 계획을 설명하라고 제시했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비상장 개인회사를 보유해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된 경우 등에도 이 항목을 통해 기업이 해명할 수 있다.

사업부문별로 특성이 달라 기업 전반에 대해 각 항목을 서술하기 어렵다면 각 요소를 사업부문별로 나눠 작성할 수 있다.
‘3년 내 ROE 평균 15% 달성 위해 자사주 1000억원어치 소각’ 목표·계획도 내야
기업가치 목표도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별로 제시할 수 있다. 기업가치와 관련된 3~5년간 중장기 목표를 계량화된 수치로 명료하게 제시하는 게 원칙이다. '2027년 기준 ROE 3년 평균 10% 이상 달성(재무지표)', '3년 뒤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80% 이상 달성(비재무지표)' 등이다.

사업환경 변화가 빠르거나 사업 관련 주요 오소 변동성이 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가 어려운 경우 ROE 8~12%를 쓰는 식으로 구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수치나 구간을 뺀 채 정성적인 서술을 할 수도 있다. '3년 뒤부터 업계 평균 PBR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적는 식이다.

계획 목차는 기업이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목차다. 사업부문별 투자, 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배당등 주주환원,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이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은 기업가치 제고 목표·계획과 임직원 보상체계를 연계하라고도 제안했다. 만일 '2028년까지 PBR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기업이 연도별 계획을 세운 경우 임직원 보너스 등 보상체계를 목표·계획과 연동되게 설계하라는 얘기다. 자본연은 "이를 통하면 기업의 밸류업 계획 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임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 못 이룬 이유는' 주기적 평가도 포함
목표·계획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 2회차부터는 직전 공시에서 어떤 계획을 내세웠고 얼마나 이행했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그간 기업이 잘한 점과 보완 필요사항 등 평가적 요소도 함께 기재한다.

가이드라인은 달성률이 목표치를 초과했거나 미달했다면 원인을 분석해 제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공시 당시 예상과 실제가 달랐던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내부적, 외부적 사정으로 제대로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는지 등을 설명하라는 얘기다.

기업의 IR 노력도 자평해 기재해야 한다. 소통 목차를 아예 별도로 뒀다. 단순히 '지난해 IR을 5회 열었다'는 식으로 정량적인 수치를 단순히 제시하는 게 아니라 소통을 위한 기업 내부 프로세스, 소통의 내용과 대응자 등 세부적인 내용을 서술하라는 게 가이드라인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은 "가장 효과적인 소통 채널도 고민하라"며 "보도자료,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기업 홈페이지, 소셜 미디어(SNS), 투자자의 날, 컨퍼런스콜과 웨비나, 일대일 미팅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썼다.
“'주가 8만원 만들겠다' 계획 달성 못해도 불성실공시 아냐”
허위공시 차단책도 마련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에 대해서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제로는 사업 역량이 없는 이차전지·인공지능(AI) '유망 사업'을 벌이겠다는 등의 내용을 마구잡이로 넣는 일은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단순히 이전 계획에서 정한 기업가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 대해선 불성실공시·불공정거래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PBR 1.2배 달성'을 목표로 잡은 기업이 목표 달성을 못해도 허위공시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거래소 공시규정에는 이미 예측정보와 관련된 면책규정 등이 마련돼 있다”며 “기업이 예측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면책 관련 공시문구를 명시한다면 불성실공시 적용 예외 대상이 된다”고 했다.

잘못 기입한 내용이 있거나 사업·경영 계획이 크게 바뀐 경우엔 정정공시를 통해 변경사항과 이유를 알리면 된다.

모든 변동사항에 대해 정정공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출 이익 950억원을 예상한 기업의 실제 수출 이익이 9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해서 곧바로 정정공시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출 이익 상승세 등 큰 추세에 변동이 없다면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며, 이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단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 변경돼 경영진 내부결재나 이사회결의 등을 거친 사안의 경우엔 정정공시를 해야 한다.
자율공시 원칙…영문공시 병행도 장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자율공시로 제출한다. 해외 투자자 정보접근성 제고를 위해 영문공시를 함께 올리는 것을 장려한다.

공시 여부와 주기 등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연 1회 등 주기적 공시를 권장한다. ‘특정 부문에 관한 계획은 향후 포함하겠다’는 예고 공시를 할 수도 있다.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먼저 밝힌 뒤 기업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이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담는 만큼 공정공시 대상정보에 해당할 여지가 커서다.
“강제 아냐…'공시를 위한 공시' 하지 말라”
가이드라인 내용은 전부 권장사항이다. 의무가 아니다. 각종 항목에 대해서도 기업이 쓰고자 하는 내용만 취사선택해 기재하면 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모자회사 구조도 딱히 적용되지 않는 자산 5000억원 미만 코스피 상장사가 지배구조를 비롯한 비재무지표 목표는 쓰지 않는 식이다.

공시 여부와 횟수도 기업이 정한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는 한국거래소만 통하는 기업 자율공시로 분류한다. 자율공시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금감원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만일 공시를 하지 않더라도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닌 만큼 처벌도 따르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이 업황 등 예기치 못한 각종 여건변화를 반영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시로 변경해 공시할 수도 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기업가치 제고 방안은 기업의 개별 특성에 따라 다양할 것"이라며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전략을 수립해 시장과 소통하도록 하기 위해 일괄 규제 대신 자율 공시를 추진한다"고 했다.

그는 "별 의미없이 형식만 채우는 '공시를 위한 공시' 보고서가 빗발치면 밸류업에 진심인 상장사들의 노력이 희석되고,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어진다"며 "(기업가치 제고방안 공시를)하고 싶지 않고 여유가 없다는 기업들까지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기업이 좋은 계획을 내놔 충실히 이행한다면 그만큼 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일 것이고, 이런 선례가 나오면 참여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차차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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