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인구와 돈만 많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건 아녜요

입력 2024-05-06 10:00   수정 2024-05-07 15:54

지난 19일 전북 완주 LS엠트론 센트럴메가센터(CMC)의 한 농지. 트랙터가 50m 거리의 밭을 오가며 두둑을 만들어냈다. 자율 작업 트랙터와 베테랑 농민이 수동으로 조작하는 트랙터 간 생산성을 비교하는 고수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진 것이다. 평가 기준은 ‘직진 정확도’와 ‘시간’. 결과는 96.4점 대 69.2점으로 자율 작업 트랙터의 압도적 승리였다.

-2024년 4월24일자 한국경제신문-

국내 기업이 개발한 자율주행 트랙터가 숙련된 농민을 압도하는 생산성을 입증했다는 기사입니다. 자율주행 트랙터와 베테랑 농민 모두 트랙터라는 ‘자본’을 갖고 있지요. 차이가 있다면 농민은 자본을 활용해 ‘노동’으로 생산 활동을 했다면 자율주행 트랙터는 노동 없이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기존에 달성하지 못했던 높은 생산성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기사에선 인간과 자율주행 트랙터 간 일대일 대결이 다뤄졌지만 이 같은 기술 혁신이 전체 농업, 산업으로 확산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종사자들의 소득이 늘고, 국내총생산(GDP) 역시 증가할 것입니다. 이처럼 한 국가 경제의 생산 능력 향상으로 실질적인 국민소득이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경제성장’이라 말합니다.

오랜 기간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의 요인이 무엇인지 탐구해왔습니다. 다양한 이론이 있었지만 반도체, 인공지능(AI) 패권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요즘 기술을 빼놓고 경제성장을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오늘은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초기의 경제성장 이론은 미국 경제학자 에브시 도마가 개발했습니다. 그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와 자본재와 같은 투자 원조가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저축률과 경제성장 간의 플러스(+) 상관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투자할 자본이 중요하고, 꾸준한 저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도마의 이론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미국 등 해외의 원조와 저축 장려 운동을 통해 축적한 자본으로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었습니다. 자본이 부족한 저개발국의 경우 저축 여력이 없으니 선진국이 자본을 원조해줘야 한다는 것으로도 이어졌지요.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저축해야 경제가 산다”는 구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대신 “기술혁신만이 살 길” 같은 구호가 세상을 뒤덮고 있지요.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Rober Solow)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도마의 이론에 반증을 제시하며 경제 성장의 비결은 기술 발전에 있다고 역설합니다. 1956년 발표된 솔로 성장모형은 노동력의 증가율과 기술의 진보율이 일정하게 주어졌을 때 자본의 축적으로 경제 성장이 이뤄지지만, 일정 시점에선 자본의 한계 생산물 감소로 성장이 멈추게 됨을 입증했습니다. 자본축적만으론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장률은 인구 증가율(노동력 증가율)과 기술 진보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의 이론은 배급을 통해 소비는 최소화하고 투자를 통해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질 것이라 믿었던 소련 등 사회주의국가의 몰락과 기술혁신을 중시한 미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예견한 이론으로 꼽힙니다.

기술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솔로의 발견은 잠잠하던 경제성장 논쟁에 불씨를 당깁니다. 솔로의 모형에도 한계는 있었습니다. 기술 진보를 밖에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예를 들어 1950년대 아시아 부국이던 필리핀과 최빈국 한국의 경제가 역전된 이유를 솔로 모형은 주어진 기술 진보율의 차이로밖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솔로 모형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내생적 요인들에 의해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입니다.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재화의 출현’을 기술 진보로 정의하고, 기술 진보가 일어나는 속도는 R&D에 종사하는 사람(인적자본) 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의 경제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인적자본’을 축적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는 기술발전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성장론의 흐름을 보면 꼭 한국의 성공사를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극심한 저출산·고령화와 기술 혁신의 실종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엔 0%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한국은행)도 나옵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미래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

황정환 기자
NIE포인트

1. 경제성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2. 솔로의 성장 모형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공부해보자.

3.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의 경제성장 요인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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