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없다…CJ·롯데, 지방 영화관 줄폐업

입력 2024-05-03 18:20   수정 2024-05-04 01:04

마켓인사이트 5월 2일 오 9시 21분

롯데컬처웍스, CJ CGV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운영사들이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 상영관의 문을 닫고 있다. 영화관 운영사들은 극장 건물 소유주인 자산운용사들과 일반적으로 20년짜리 초장기 임대차 계약을 하는데, 임차 기간의 절반을 채우기 전에 이를 파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위약금을 내더라도 남은 임차료를 줄이려는 것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대전 둔산점 임대인인 리치먼드자산운용에 “롯데시네마 둔산점의 영업을 종료한다”며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롯데컬처웍스는 2022년 경북 경산점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다가 위약금 지급 여부를 두고 임대인과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영화관업계 1위 CJ CGV는 지난 2월 인천 논현점을 폐쇄하고 건물주인 JB자산운용에 ‘영화관 폐업 관련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2034년까지 남아 있는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잔여 임대차 계약에 따른 위약금은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관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영화관 운영사들이 점포 늘리기 경쟁에 나서 초장기 계약을 했다가 업황 악화를 이유로 막무가내식 해지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시네마 대전 둔산점은 2014년 문을 열었다. 당시 롯데쇼핑 영화관사업부(현 롯데컬처웍스)는 2034년까지 20년간 월 1억원가량 임차료를 지급하는 임대차 계약을 했다. CJ CGV가 계약을 해지한 인천 논현점도 영화관산업이 거침없이 성장하던 2014년 처음 계약했다.

영화관 운영사들은 주로 15~20년짜리 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했다. 건물 소유주도 영화관 운영회사가 이탈하면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장기 임대차 계약 구조를 원했다. 영화관 인테리어는 스크린, 음향 시설, 좌석 등을 갖추고 있어 임차인이 나가면 일반적인 음식점, 카페로 활용하기 어렵다. 맞춤형으로 시공해야 하는 건물 소유주와 점포를 늘리려는 영화관 운영사 모두 안정적인 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한 이유다.

영화관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계약 해지에 따른 분쟁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이후 영화관산업의 업황이 꺾인 이후부터다. 영화관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초장기 임대차 계약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악성 계약’으로 전락했다. 금융당국이 영화관산업에 불리하게 회계기준을 변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9년부터 장기 임차한 영화관을 모두 리스 부채로 계상하도록 하자 부채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2018년 무차입 상태이던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완전자본잠식(-211억원)에 빠졌다. 향후 지급해야 할 임차료를 나타내는 리스 부채는 5655억원에 달했다. CJ CGV는 리스 부채만 지난해 말 1조6239억원으로 집계됐다.

벼랑 끝에 몰린 영화관 운영사들이 지방 영화관의 임대차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 등 건물주와의 갈등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류병화/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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