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3대 변수 한달 새 급변"…올 금리인하 불투명

입력 2024-05-03 18:24   수정 2024-05-04 02:01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일부 수정했다. ‘충분히 장기간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종전 문구에서 ‘장기간’이라는 표현을 뺀 것이다. 장기간의 의미는 통상 6개월 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올 하반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로 시장은 해석했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세 가지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고 밝히면서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뒤로 갈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올 수도 있냐 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1분기 ‘깜짝 성장’…“이유 아직 몰라”
애초 한은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국내 변수는 크지 않다고 봤다.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해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2.1%)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한 정도다. 하지만 지난달 말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0.5~0.6%)를 크게 웃돈 1.3%로 집계되면서 경기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작년에 1.4%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1분기 1.3% 성장은 1년간 성장한 것을 한 분기에 다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출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DP 전망치 상향은 기술적으로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 얼마를 올릴지가 문제”라며 “우리가 뭘 놓쳤는지, 영향이 일시적인지 등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면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감소해서다. 높은 성장률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필요성이 커진다.

이 총재는 1분기 GDP 깜짝 증가 이유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어디에서 차이가 났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며 “날씨 문제인지, 휴대폰 판매 효과인지 그 이유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온 것에 대해선 “3.1%나 2.9%나 작은 차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이 바뀌기 때문에 물가도 (바뀔 것)”이라며 “하반기 물가 전망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GDP와 물가 전망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미국·중동 불확실성도 확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확실히 후퇴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세계가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을 볼 때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존 전제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2%포인트로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꼽았다. 이 총재는 “중동사태가 악화하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며 “얼마나 안정될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귀국하는 대로 이 같은 전제 변화에 대해 직원들의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다. 이 총재는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금통위원들과 다시 커뮤니케이션하겠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진용이 바뀐 것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임명된 김종화·이수형 위원은 아직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아직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사견을 전제로 얘기하려고 해도 새 금통위원의 생각을 모르는 상태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구조개혁에 대한 평소 소신도 재차 밝혔다. 그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며 “1인당 소득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을 통해 2% 이상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없다”며 “구조개혁 관련 보고서를 계속 내놓으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빌리시=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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