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감정을 이입한 영화 캐릭터를 레고로 조립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회사원 김모씨(30)는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꾸준히 모으는 키덜트(키즈+어덜트)족이다. 그는 “키덜트 레고 제품은 프로펠러가 돌아가거나 미사일이 발사되는 등 단순히 블록을 끼우는 것을 넘어 다양한 요소가 있어 만드는 재미가 있다”며 “한정판으로 발매되는 제품이 많아 투자 자산으로의 매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출생 직격탄을 맞은 완구업계가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사업 차별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지는 등 인구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펴고 있다. 김씨와 같은 키덜트족을 타깃으로 한 완구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대목으로 꼽히는 어린이날이 다가왔지만 업계에선 과거와 같은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아예 완구와 상관없는 신사업에 진출하며 대변신을 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완구 기업 레고코리아가 내놓은 키덜트 레고 시리즈는 완구의 주요 소비층을 성인으로 확대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레고그룹은 2019년 성인 제품 전담팀을 새로 구성하고 ‘조립 권장 연령 만 18세 이상’ 제품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배트맨·마블·스타워즈 등 팬덤이 두터운 애니메이션 및 영화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레고 판매량 가운데 성인 팬덤이 차지하는 비중을 2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키덜트 신제품을 지난해보다 약 40% 늘려 올해 총 25개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철들지마 레고 팝업스토어’를 서울 성수동을 포함한 9개 장소에서 선보이며 오프라인 체험 공간도 확대하고 있다.
오로라월드는 친환경 인형 등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네이션’ 인형은 친환경 이슈에 민감한 국가를 염두에 뒀다. 펭귄과 물범, 바다표범 등 지구온난화에 타격을 받는 캐릭터를 소재로 해 관심을 끌었다. 인형 색상도 국가별 선호도에 초점을 맞췄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은 강렬한 원색, 유럽은 복합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경향을 고려해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오로라월드 매출은 2021년 1781억원에서 지난해 2326억원으로 130%가량 늘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로라월드는 지난해 8월 완구업계에선 처음으로 강원 원주에 골프장 ‘오로라CC’를 개장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익 확대를 위해 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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