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日 우익의 꿈…국민 70%는 '반대' [김일규의 재팬워치]

입력 2024-05-06 14:00   수정 2024-05-06 14:32


“자위대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헌법에 명기해 자위대 위헌론에 종지부를 찍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일본 헌법기념일을 맞아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민 생명과 생활을 지킨다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를 다하는 데 있어서 불가결한 존재가 자위대”라며 개헌 의지를 다시 밝혔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1945년 패전 이후 연합국최고사령부(GHQ)가 만든 이른바 ‘맥아더 초안’에 일본 정부 뜻을 일부 반영한 절충안이다. 1947년 5월 3일 시행돼 올해 77주년을 맞기까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집권 자민당이 주장해 온 개헌의 핵심은 헌법 9조다. 9조 1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 행사의 영구 포기를 담고 있다. 2항은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은 운영하고 있다. 바로 자위대다. 자위대는 선제 공격이나 자국 영토 밖에서 군사 활동을 하지 않으며, 공격을 받았을 때만 자위력을 행사하는 ‘전수 방위’ 목적의 조직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군대여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의 보수 우익은 그동안 꾸준히 헌법 개정에 열을 올렸다. 현행 헌법은 점령군에 의해 ‘강요된’ 헌법이며, 일본에 의한 자주 헌법으로 개정해야 자주 국가의 면모를 갖춘다는 논리다. 반면 일본의 진보 세력은 현행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호헌을 주장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 이전 아베 신조 정권부터 꾸준히 자위대의 헌법 명기를 주장했다. 아베 정권은 2014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헌법 해석 변경부터 결정했다. 일본이 직접 침공을 받은 것이 아니라도 자국민에게 명확한 위험이 미친다고 판단되면 다른 나라와 함께 반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기시다 정권의 헌법 개정은 가능한 것일까. 자민당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양원에서 제1당을 유지하고 있다. 중의원에선 정원 465석 중 261석, 참의원 242석 중 113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개정안 발의 요건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발의안이 통과되는 데도 양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자민당이 공명당(중의원 32석, 참의원 28석)과 연립 여당을 이루고 있는 이유다. 양원에서 통과되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고, 다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일본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이 지난 2∼4월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헌법 9조를 바꾸지 않는 게 좋다’는 응답률이 61%로 작년 조사 때의 55%보다 높아졌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역시 지난 3∼4월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9조 1항은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률이 75%에 달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개헌 추진 동력을 모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헌법 개정을 향한 (국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어서 구체적인 조문안 작성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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