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하이닉스, 中에 파운드리사업 '지분 49%' 매각

입력 2024-05-08 17:47   수정 2024-05-08 17:58

이 기사는 05월 08일 17: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국영기업인 우시산업발전집단(WIDG)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지분 49.9%를 4740억원가량에 넘긴다. 중국 반도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00%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WIDG와 중국 우시법인(SK파운드리 우시법인) 지분 49.9%를 단계적으로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오는 10월 말까지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보유한 SK파운드리 우시법인 21.3%를 WIDG에 1억4930만달러(약 2020억원) 매각한다. 이어 WIDG는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이 진행하는 22억달러(약 272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8.6%를 추가로 확보할 전망이다.

매각·유상증자 작업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WIDG는 SK파운드리 우시법인 지분을 각각 50.1%, 49.9% 확보하게 된다. WIDG는 중국 우시 정부가 세운 국유기업으로 현재 63개의 기업을 운영 중이다.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은 2018년 출범해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주력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22~2023년에 SK하이닉스의 청주 파운드리 공장 설비를 대부분 이전받았다.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비롯한 구형(레거시) 파운드리 공정을 주력으로 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WIDG와 합작법인을 운영하면서 중국 반도체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거시(구형) 반도체는 28나노미터(㎚·1㎚는 1억분의 1m) 이상 공정에서 양산되는 제품이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정·장비 재제에 따라 구형 반도체 시장에 역량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국영기업과 손잡고 파운드리 사업 합작에 나선 것도 이들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한 발판을 놓기 위한 목적이 크다.
中 전진기지 구축…현지시장 '개척'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WIDG에 지분매각·유상증자 방식으로 SK파운드리 우시법인 지분 49.9%를 4740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은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사용해 회선폭이 28㎚ 이상인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하는 구형 반도체는 대부분 차량용 전력관리반도체나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이다. 구식 또는 범용 제품으로 통하지만 자동차부터 전력기기, 미사일, 사물인터넷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개수로 보면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 안팎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SK하이닉스가 WIDG와 손을 잡은 것은 중국 구형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조치다. 구형 반도체의 최대 시장은 중국 가전·자동차업체들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BS에 따르면 중국 업체의 수요가 늘면서 28㎚대 반도체 시장 규모가 281억달러(약 38조2160억원)로 2020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커지는 내수시장에 대응해 생산력도 확장했다. SMIC는 2021년부터 상하이 28㎚ 칩 공장 건설에 89억달러를 투자했다. 국제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최근 4년(2021~2024년) 동안 구축한 반도체 생산라인은 31개로 같은 기간 대만(19개), 미국(12개)을 압도했다. 그만큼 중국의 구형 반도체 시장 점유율도 올라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업체의 구형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1%에서 2027년 39%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한국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6%에서 4%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중국이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제재에서 비롯했다. 미국은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기술을 막는 규제에 나섰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반입을 막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 제재의 '사각지대' 구형 반도체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SK하이닉스가 합작법인을 세운 것도 이처럼 역량이 향상되는 중국 구형 반도체 업체들과의 경쟁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 파운드리 합작 승부수…美 제재 변수도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은 중국 국영기업과 손잡고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파운드리 기술 역량과 WIDG의 현지 시장 장악력을 결합하면 적잖은 시너지가 날 전망이다. WIDG가 운영하거나 투자한 63개 업체와 그 협력사에 구형 반도체를 납품하면서 실적을 불릴 계획이다. 이 같은 우시 전진기지를 바탕으로 세계 5, 6위 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SMIC, 화홍그룹 등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형 반도체 일감을 일부 흡수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28㎚대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 사정권에서도 벗어나 있다. 미국 정부는 18㎚ 이하 공정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 반도체 등의 미국산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미국이 공급망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SK파운드리 우시법인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12월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구형 반도체 공급망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에 대해 미 상무부가 중국 구형 반도체 규제를 위한 정지작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김익환/황정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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