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민정수석 부활

입력 2024-05-07 18:02   수정 2024-05-08 01:10

‘민정’의 의미는 <대학(大學)>에 잘 규정돼 있다. ‘찰민정 변인재(察民情 辨人才)’, 백성의 사정을 잘 살피고 인재를 잘 고르라는 뜻이다. 군주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다. 민정수석실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8년 박정희 정권 때다. 정권마다 기능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민심과 여론 파악, 공직 기강 확립,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및 직무 감찰, 사정기관 관장,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관리 등의 역할을 했다.

권한을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십상이다. 막강한 힘과 역할로 인해 ‘왕수석’으로 불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축이라는 평가도 들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부터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웬만한 정보를 다 거머쥐었다.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이 정치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수석이 비리 의혹에 연루된 흑역사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박근혜 정부 땐 사찰 지시 혐의로 민정수석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땐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의혹이 불거졌다. 김대중 정부는 민정수석실의 힘이 비대해지자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비서실장 직속에 배치했다가 옷로비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부활시키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검찰 재직 시 이런 폐해를 목격한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어제 부활시키면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수석으로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부활 이유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모든 정권에서 다 이유가 있어서 한 것인데, 저도 고심했고 복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원활한 법률 보좌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기능도 있다.

그러나 검사 출신 기용에 대해 사정기관 통제용, 특검법 대응 조직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민정수석실 폐지를 약속하면서 내세운 것이 세평 검증을 위장한 신상털기 및 뒷조사, 합법을 가장한 정권 유지 수단 악용 등 잔재 철폐였다. ‘민정’이라는 고유의 뜻을 살려 이런 초심과 ‘민심 청취’ 진정성을 끝까지 유지하기 바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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