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스타트업이 소부장 제품 국산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벤처캐피털(VC)의 지원 아래 수입에 의존해오던 반도체와 통신 장비 등을 개발 중이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휴대폰 충전기부터 전기차,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반도체다. 전력을 변환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GaN 전력반도체는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기존에 사용하던 실리콘 반도체는 150도 이상에서 반도체 성질을 잃어 발열이 높은 고성능의 전자기기에 활용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미래 신산업 일환으로 2027년까지 GaN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고효율 방열기판 제조업체 더굿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1000W/mK급 열전도의 다이아몬드 금속복합 소재를 개발했다. 방열기판은 열이 200도까지 오르는 반도체를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성능 개선과 수명 연장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힌다. 6세대(6G) 무선통신과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에 사용된다. 이 회사는 지난달 16일 미래에셋벤처투자와 BSK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내 기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이노레이는 2차전지 검사 장비를 개발한다. 2차전지에 레이저를 쏜 뒤 발생하는 초음파를 분석해 2차전지 전극의 접점 용접이 안전하게 이뤄졌는지를 분석한다. 현재 삼성SDI에 검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유재명 이노레이 대표는 “전기차 충전 전압이 높아지면서 화재 위험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며 “용접이 잘돼 있을수록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스타트업 아미코젠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필수 소재인 배지와 레진을 국산화하는 데 나섰다. 배지는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필요한 먹이로 90% 이상 수입하고 있다. 아미코젠은 최근 인천 송도에 배지 공장 준공을 승인받았다. 연간 105t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단백질과 항체를 정제하는 데 쓰이는 물질인 레진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아미코젠은 이달 전남 여수 레진 공장을 완공할 계획으로 연간 1만L를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 소부장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사들은 원금 대비 수배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다른 분야 스타트업에 비해 상장이 용이해서다. 소부장 스타트업은 기존 해외 기술을 바탕으로 국산화와 기술 개발에 나서 사업성 입증이 비교적 쉽다. 기업 가치 평가도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다.
올해도 국내 VC의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소부장 업체의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투자한 사피엔반도체는 지난 2월 상장에 성공했다.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주사전자현미경(SEM) 개발업체인 코셈도 상장을 완료했다. 반도체업체 세미파이브와 웨이비스는 올해 안에 상장할 예정이다. 채정훈 미래에셋벤처투자 부사장은 “국가 첨단산업과 연관된 소부장 업체의 경우 상장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스타트업들이 소부장 국산화에 나서면서 대외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소부장 수입액은 지난해 2434억달러로 2022년(2639억달러) 대비 7.7% 감소했다. 일본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14%로 2019년(17%)과 비교해 3%포인트 낮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수출규제 품목이던 포토레지스트 수입량은 지난해 669t으로 2022년(896t) 대비 25.3% 줄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량도 17t 줄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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