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역세권' 아파트 혹해서 샀는데…"속았다" 분노 [집코노미]

입력 2024-05-11 18:18   수정 2024-05-11 19:27


▶전형진 기자
부동산시장은 자산시장 중에서도 정보비대칭성이 강한 곳입니다. 속고 속이는 사건사고가 많은 곳이기도 하죠. 우리를 교묘하게 속이는 말들은 어떤 게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아파트 분양광고 등에서 '사통팔달 쾌속 교통망' 같은 표현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대게 어떤 교통수단이 근처에 있다면 그게 강조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뭉뚱그려 표현한다면 어떤 것도 가깝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더블 역세권'도 마찬가지인데요. 두 역 중간에 있어서 어느 역도 애매한 거리일 때가 많습니다.


'미래 호재 선점'이란 표현의 경우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만약 여기에 '청정 자연'이란 단어가 쓰였다면 앞으로도 아무 것도 없을 확률이 높죠.


팸플릿이나 홈페이지 등에서 볼 수 있는 조감도의 경우 한 귀퉁이에 이렇게 표기된 경우가 많죠. 'CG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를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실제와 다릅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에 공개된 CG의 경우 건축허가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콘셉트 아트라고 이해하시는 게 편합니다.


건설사 이름을 내세우며 '브랜드 평판 1위' 등의 홍보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조사업체는 여러 곳이고 업체마다 조사한 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1위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일대의 랜드마크'라는 홍보도 큰 의미를 두긴 어렵습니다. 관용구처럼 쓰이다 보니 주변에 자칭 랜드마크가 아니 곳을 찾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죠.


또 한국은 주거용 건물에 대한 선택 기준에서 남향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보니 '전가구 남향 위주 배치'라는 표현도 왕왕 쓰이는데요. 이 말에선 '위주'라는 단어가 핵심입니다. 아닌 곳도 있다는 거죠.


돈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해석이 필요한 표현이 많은데요. '중도금 무이자'의 경우 표면적으로 거짓말은 아닙니다. 사업주체가 대납하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이 부담해야 할 중도금대출 이자비용은 없으니까요. 다만 분양가에 선반영돼 있을 확률이 높을 뿐입니다. 사업주체가 이자를 대납할 돈이 어디서 나올지 고민해보면 간단한 문제입니다.

'발코니 확장비 무료'도 마찬가지죠.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이미 기본 분양가에 반영했을 테니까요.


분양 단계에선 '동·호수 지정 선착순 계약중'이라고 홍보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죠. 안 팔려서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회사 보유분 특별분양'은 '그래서 그걸 대단한 것처럼 팔고 있습니다'라는 뜻이고요.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됐다고 해서 내가 몇 동, 몇 호에 살지 선택할 순 없습니다. 동·호수는 정당계약 전 추첨을 통해 결정되니까요. 그런데 계속 물량이 남아서 선착순 분양 단계까지 간다면 말 그대로 먼저 온 사람이 남아있는 물건들 중에서 골라서 계약하게 됩니다. 동·호수 지정 선착순 계약이란 게 이 같은 의미죠. 쉬운 말로는 미분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특별분양이란 건 없습니다. 일정 계층에게 먼저 분양하는 특별공급 제도만 존재할 뿐이죠. 사실 회사 보유분이란 말 자체에 어폐가 있습니다. 팔아야 돈을 벌고, 팔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인데 왜 집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 타입 청약경쟁률 최고 100대1'이란 홍보 문구 또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청약은 주택형별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같은 단지여도 일부 주택형은 경쟁률이 높은 반면 일부 주택형은 미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약경쟁률은 단지 전체 주택형의 평균경쟁률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평균경쟁률도 착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집 가구수의 모수가 적다면 경쟁률이 높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지별 청약통장 접수건수를 통해 인기의 정도를 가늠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참고로 집코노미 주민센터에서 2019~2024년 청약 단지 전수조사 자료를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전수조사 자료 다운로드
https://www.hankyung.com/jipconomy-house/


'계약금 500만원 정액제' 같은 표현도 예비 청약자를 혹하게 만드는 홍보 방법인데요. 계약금 통상 분양대금의 10~20%로 책정됩니다. 5억원짜리 아파트라면 5000만원이 계약금인 셈이죠.

그런데 500만원 정액제라면 정말 이만큼만 내고 계약서를 쓸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일단 처음엔 500만원만 내고 다시 한두 달 안에 나머지 4500만원을 납부하란 의미입니다. 결국 계약금을 2차에 걸쳐서 받겠다는 것이지 총액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분양 홍보가 모두 과대, 거짓 광고인 것은 아닙니다. 너무 교묘하거나 혹은 오해할 수 있을 만한 표현들 위주로 짚어봤습니다. 여러분들이 속았던 거짓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조희재·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예수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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