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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재라면 사장보다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알토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재 영입 전략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조 사장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급 AI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면 연봉 100만달러, 그 이상을 주더라도 영입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인재 쟁탈전에 LG전자도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핵심 인재 영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회사가 좋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며 “새 인재가 회사에 잘 적응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멘토링 제도 등 기업문화도 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릿지빈야드에서 열린 해외 우수인재 채용프로그램인 ‘북미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조 사장과 함께 박형세 HE사업본부장과 은석현 VS사업본부장, 김병훈 최고기술책임자(CTO), 김원범 최고인사책임자(CHO), 이석우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 등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에 재직 중인 한인 엔지니어와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등 50명을 초청했다. 조 사장은 “LG의 AI 연구원은 300명 규모이며 각 기업에 있는 AI 인력은 이보다 더 많다”며 “이들을 잘 이끌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임원, 팀장 등 리더급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이번 테크 콘퍼런스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LG전자가 영입을 원하는 인재들을 선별해 초청한 것이다. 조 사장은 이들 앞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나서 회사의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회사가 ‘가전을 잘하는 LG’에서 ‘가전도 잘하는 LG’로 거듭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전 세계에 모세혈관처럼 깔린 7억대의 제품과 7000억 시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가속해 ‘공감지능’을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고객의 일생과 공간 등을 조합해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한 22종의 스마트홈 패키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조 사장은 “단순히 ‘에어컨 켜줘’ 이런 수준이 아니라 ‘다음 주 바하마로 여행을 갈 건데 티켓을 예약해주고, 여행 기간에 오는 전화, 이메일을 처리해줘’ 등의 종합적인 스마트홈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홈 관련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스마트홈 기술 기업 인수도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LG전자를 앞으로 가전 세계 1위 기업이자 플랫폼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웹OS’다. LG전자 TV는 물론 타사 TV에도 탑재해 사용자들이 광고를 보고 스트리밍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조 사장은 “이를 통한 광고매출이 지난해 7400억원에서 올해 1조원 단위로 커질 것”이라며 “웹OS가 TV를 넘어 스마트모니터,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대되면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글로벌 산업 전반에서 이뤄지는 탈탄소화, 서비스화, 디지털화 등을 통해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조 사장은 “다양한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온 LG전자에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라며 “B2B(전장, 냉난방공조, 빌트인), 신사업(로봇, 전기차 충전) 부문도 집중적으로 육성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열흘 간 서부 출장에 나선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글로벌 투자사 임원들을 만나 기업설명회를 주관한다. 이와 함께 오는 14일부터 사흘간 시애틀 MS 본사를 방문해 ‘MS CEO 서밋’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만나 LG전자와 MS의 협업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조 사장은 최근 삼성 임원들의 주6일 출근 등 비상경영 체제 전환과 관련해 “근무방침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임원들이 주말에 출근하면 사원들이 고생하게 된다”며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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