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테슬라 주식연계보상 취소 판결과 RSU

입력 2024-05-12 17:39   수정 2024-05-13 00:11

올해 초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부여한 주식연계보상(스톡옵션)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내 임원 보상제도 운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8년 머스크에게 부여된 주식연계보상 규모는 560억달러(약 75조원)로 동종 업계 평균의 250배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역사상 주식 공개시장에서 확인된 것 중 최대 보상인데도 절차와 가격의 엄격한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상위원회 구성원이 머스크와 오랜 사업적 관계를 유지하고, 과도한 보수를 받은 점을 들며 독립성이 훼손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주주총회에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주주 경영자에게 주식연계보상을 부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일까? 델라웨어주 법원 판결은 주식연계보상이 주주의 대리인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진과 주주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방법이므로 회사가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절차 및 실체적 공정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 고도로 발전하고 관련한 역사적 경험, 선진화된 법체계를 갖춘 미국에서 공정성이 확보된다면 보상의 대상은 문제 삼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대주주인 머스크가 2018년 이전에 받은 주식연계보상이 문제가 되지 않은 게 이를 방증한다. 월마트, 나이키, 에스티로더 등도 지배주주에게 주식연계보상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도 스톡옵션의 단기 성과 치중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제한부 주식연계보상인 RSU(restricted stock unit)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RSU는 경영진, 주주, 회사 이익을 일치시키고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장기 성과에 따른 업무 전념, 주식 이연에 따른 주주 가치 제고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주주 경영진에 이를 부여할 경우 공정성 문제가 있다며 이번 테슬라 판결을 원용하기도 한다.

테슬라 판결이 시사하는 핵심은 ‘공정성 확보’다. 독립적 보상위원회를 설치·구성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상법상 자격 요건이 엄격한 사외이사가 보상위원회의 과반수면 독립성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체적 공정성과 관련해 우리 법원은 이사의 직무와 보상 사이의 합리적 비례관계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공시는 의사결정의 공정성 확보에 중요한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주식연계보상에 대한 공시 관련 제도를 강화해 정기보고서, 주요사항보고서 등의 서식을 개정했다. 또한 주식 기준 보상의 명칭, 근거 및 절차, 부여 및 지급 인원과 주식 수, 가득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을 개정하면서 특수관계인의 유가증권 거래 현황 공시에 RSU 관련 공시 양식을 추가했다.

이처럼 현행 법령, 유관기관의 감독 및 공시 강화에 따른 주주 견제 등을 고려할 때 공정성 확보에 법적 공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RSU 제도를 스톡옵션과 같이 법률로써 규제할 경우, 자칫 새로운 성과보상제도 자체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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