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노동법원 설치"…70주년 맞은 노동위원회의 미래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2024-05-14 16:32   수정 2024-05-14 16:54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법원 도입을 주문하면서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노동위원회 중심의 노동 분쟁 해결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주최한 2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도 노동법원을 설치할 단계가 됐다”며 “노동법을 위반해서 민사상 피해를 보았을 때, 이것이 그냥 하나의 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부와 법무부가 법을 준비해서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 관련 법안을 낼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노동법원 도입은 변호사 업계의 숙원이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 조배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법원 도입 법안을 발의한 이후 19대 최원식 국민의힘 의원, 20대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발의에 나섰다. 전부 변호사다. 법원도 조직 확대 차원에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노동전문법원 도입'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방노동법원을 설치해 노동 민사소송사건, 노동 행정소송사건을 전속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노동법원 도입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노동계 일각에선 현행 노동분쟁 해결 절차가 사실상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행정법원(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의 5심제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민사와 형사 소송을 별도로 진행해야 해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 구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윤 대통령이 말한 ‘하나의 트랙’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반면 노동법원을 반대하는 쪽은 서민들의 간편하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지원하는 노동위원회 제도가 없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노동위원회 절차는 노무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노동 분쟁이 법원까지 가지 않고 노동위에서 마무리되는 종결률도 지난해 95.7%에 달한다. 하지만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모든 노동 분쟁 해결에 변호사를 써야 하면서 비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노동법원 반대론자들은 또 법에 따라 지노위와 중노위 판정 절차는 각각 60일 안에 끝내게 돼 있으므로 구제 기간 장기화는 되레 법원 탓이라고도 주장한다. 고용노동부와 경영계도 기존 절차로 신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노동법원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한편 노동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 출신 변호사들이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우지만 정작 노동계 내부에선 노동법원과 관련해 따로 정해진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노무사 업계에서도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임금 체불 사건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들어 노동법원 설치를 요청한 것도 맥락을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임금체불의 처벌 약화는 임금체불이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지 구제 절차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라며 "앞으로 만들어질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겠지만 노동위원회가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서민들이 지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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