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는 임유리 감독의 단편 영화 ‘메아리’는 단편 부문(라 시네프)에 초청됐다. 라 시네프에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우수한 단편 영화가 모인다.
전도유망한 신예 감독의 작품이 소개되고 ‘베테랑2’ 주연인 황정민과 정해인 배우가 생애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영화계 안팎에선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후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 19편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2019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의 활약은 더 두드러졌다. 2022년엔 경쟁 부문 초청작 22편 가운데 한국 영화가 두 편(‘헤어질 결심’ ‘브로커’)이었고, 송강호 배우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는 비록 경쟁 부문 초청작이 없었지만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가 감독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일곱 편에 이르는 한국 작품이 칸으로 출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위축된 영화 생태계가 결국 칸 영화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많다. 영화계 관계자는 “작품성이 중요한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입지가 좁아졌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상업영화가 주로 제작되다 보니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됐다는 얘기다.
영화 ‘범죄도시 4’가 스크린을 장악하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 단체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한두 편만 살아남고 다 죽는 판”이라고 성토했다. 임 감독은 “푸드트럭에서 부담 없이 여러 메뉴를 사 먹을 수 있듯이 더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 진열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캉탱 뒤피외 감독의 ‘더 세컨드 액트’를 개막작으로 12일간 열린다. 1970년대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거머쥔 미국의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신작 ‘메갈로폴리스’로 귀환했고, 이란 감독 알리 압바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그려 주목받은 ‘어프렌티스’ 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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