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아깝다"…해병대 중령, 유통기한 지난 고추장 챙겼다가

입력 2024-05-15 13:31   수정 2024-05-15 14:33


군용 고추장 2통을 외부로 반출한 혐의로 징계받은 해병대 중령이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해당 고추장의 유통기한이 지나 재산 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A 중령이 해병대 6여단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A 중령은 2022년 8월 부식 창고를 순찰하다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군용 고추장 2상자를 발견했다. A 중령은 보급 담당 부사관에게 "유통기한을 넘기기 전에 병사들이 고추장을 먹을 수 있게 배식대에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보름가량 뒤 A 중령은 부대 식당 배식대에 놓인 고추장 7통이 유통기한을 넘긴 사실을 알게 됐고, 주임원사에게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그간 상급 부대에서 식중독 예방을 강조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다만 A 중령은 "아직 뚜껑을 따지 않은 고추장은 버리기 아까우니 내가 먹겠다"며 무게 1.5kg짜리 2통을 자신의 독신자 숙소로 가져갔다. 하지만 혼자 다 먹지 못할 정도로 양이 많아 고추장 한 통을 평소 알던 음식점 사장에게 먹으라고 건넸다.

이후 A 중령이 군용 고추장 2통을 외부에 반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군인징계위원회 의결에 따라 해병대 6여단장은 지난해 4월 청렴의무 위반으로 그에게 견책 징계와 함께 징계금 6000원을 부과했다.

A 중령은 징계에 불복해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다가 기각되자 6여단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그는 행정 소송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일부 고추장을 폐기하면서 그중 2통을 숙소로 가져와 먹었고,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것 같아 (한 통을) 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전달했다"며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고추장 2통을 외부로 반출한 행위는 징계할 정도의 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5kg짜리 고추장 1통 가격은 3000원"이라며 "이마저도 새 제품 가격 기준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은 실제 재산 가치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중령은 대대장으로서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의 처리 방안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외부 반출이 바람직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 통념상 용인하지 못할 행위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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