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김혜수의 ‘변함없는 사랑’ 해태 에이스, 올해 50돌 맞았다

입력 2024-05-15 16:22   수정 2024-05-15 16:28



“변함없는 사랑, 변함없는 에이스, 에이스 크래커”

배우 김혜수(54)는 1985년 해태제과의 ‘에이스’ TV 광고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김혜수는 에이스 광고를 통해 일약 당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커피와 잘 어울리는 크래커'의 대명사로 통하는 에이스가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았다. 에이스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에이스는 급격한 경제성장과 식생활 변화로 고급 과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1970년대 탄생했다. 크래커는 발효·숙성 과정을 거쳐 수분함량을 낮추고 건조하게 구워낸 얇은 과자다. 당시엔 기술 부족 등으로 국산 크래커가 전무했다. 미국산 크래커인 ‘리츠’는 기름진 버터맛과 짠맛이 강해 우리 입맛엔 맞지 않았다.

해테제과는 군 납품용 건빵을 제조하던 기술력을 토대로 크래커 개발에 나섰다. 크래커 생산을 위해 동양 최초로 영국에서 초대형 오븐을 들여왔다. 1971년엔 ‘죠니크랙카’라는 국내 최초 크래커 생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해서 먹으면 입천장이 까지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결국 해태는 죠니크랙카 생산을 중단하고 더욱 부드럽고 고소한 크래커 개발에 착수했다. 별도의 전담팀을 꾸리고 연구원 8명을 투입해 3년간 매달린 끝에 1974년 크래커를 새로 선보일 수 있었다. 신제품은 ‘최고, 최상, 일류’의 뜻을 담아 ‘에이스(ACE)’로 명명했다.

에이스의 첫 출시 가격은 개당 100원이었다. 당시 ‘뽀빠이’가 10원, ‘삼양라면’이 50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가였다. 그럼에도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76년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 출시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열리자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에이스를 커피에 찍어 먹는 게 당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에이스는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남 여수, 순천, 광양 등지에서는 10월 마지막 날을 ‘에이스데이’로 정하고 서로 에이스를 챙겨주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지난 3년간 전남지역에서 에이스의 10월 매출은 전월 대비 30% 많았다.


끊임없는 품질 개선과 신제품 출시도 에이스가 장수 과자로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에이스는 더욱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밀가루를 중력분에서 박력분으로 바꿨다. 분유는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조제분유로, 팽창제는 천연효소인 프로자임으로 교체했다.

2004년에는 지방함량을 25% 줄인 ‘에이스 라이트’, 2010년에는 바닐라크림을 넣은 ‘에이스 샌드’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를 반영한 ‘샌드 에이스 연양갱’을 출시했다.

현재도 에이스는 연 500억원 이상 팔리는 제과업계 ‘메가 브랜드’로 위상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매출은 1조원, 판매량은 21억개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등지에 16억원어치를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꾸준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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