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신약·유전자 치료제, 日서 러브콜

입력 2024-05-19 18:37   수정 2024-05-20 00:44

“이 정도 기술력에, 사업화까지 진행된 바이오벤처기업을 일본에서 찾으려면 벤처캐피털(VC) 10곳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샅샅이 뒤져도 찾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일본 1위 임상시험수탁업체(CRO) 시믹(CMIC)의 초청으로 지난 17일 열린 한국 바이오벤처 7곳의 기업설명회(IR·사진)에서 일본 현지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이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만 5명에 이른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가 미성숙해 바이오산업의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은 약하지만 혁신기술 사업화 능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과의 협업이 절실한 이유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항암제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국의 디지털치료제 업체와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AI 신약·디지털치료제 한국이 앞서”
이날 도쿄 미나토구 시믹 본사에선 시믹과 한국 VC UTC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주최한 ‘UTC 한·일 스타트업-벤처 인큐베이션 이벤트’가 열렸다. UTC는 운용자산 8000억원 중 3000억원을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투자하는 한국의 대표 VC 중 하나다. 미타케 아키히사 시믹 대표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IT) 기술 속도가 더 빠르다”며 “양국의 기술교환과 협업, 투자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 측 ‘대표선수’로는 AI 신약 개발 회사 노보렉스,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개발사 씨티셀즈, 항암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알지노믹스, 초음파를 이용한 환자 모니터링 기기 개발사 엣지케어, 앱을 이용한 환자 부작용 관리업체 올라운드닥터스, 다중작용제 플랫폼 의약품 개발사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유전자가위 기반 암조기진단업체 진씨커 등 7곳이 참여했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기업보다 일본에서 기술 수요가 큰 국내 기업들 위주로 구성됐다. 김승용 UTC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상대적으로 한국이 앞선 AI 신약 개발과 디지털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분야의 기업을 만나고 싶다는 수요가 많았다”고 했다.
전통 제조 대기업도 韓 투자에 관심
일본 현지에선 30여 개 기업이 행사에 참여했다. 약물을 암세포에만 ‘유도탄’처럼 보내는 블록버스터 항암제 개발업체 D사를 비롯해 바이오 사업 확대를 꿈꾸는 글로벌 화학대기업 T사 등이 한국 바이오벤처를 맞았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일본 후지필름이 바이오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것을 ‘롤모델’ 삼아 미래 신수종 산업인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바이오벤처와 일본 대기업 간 협력도 구체화됐다. 이준영 노보렉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제조 단가가 높고 투약이 어려운 항체의약품을 AI를 활용해 먹는 약으로 함께 만들어보자는 요청을 여러 건 받았다”고 했다.

한국의 벤처 문화가 부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일본 현지 기업 관계자는 “일본 정부도 바이오벤처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의 투자 유치금액은 한국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임상시험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당장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급선무”라고 했다.

도쿄=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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